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고정관념을 깨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창조적 아이디어와 지혜는 유연한 상상력으로 부터 나오고 그것은 고정관념
탈피를 통해 가능하다는 논리다.

획일적 사고방식으로는 멀티플한 미래시대에서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정관념을 깨면 정말 창의적인 인간이 될까.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주입해서 그나마 할 수 있는 전문성
이나 인간미 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고정관념을 자산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고정관념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일반상식과 같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든가 밤과 낮의 교차, 남자와 여자가 아기를
낳는다는 따위의 기초상식이기도 하다.

유치원생도 알고 있는,아니라고 우길 수 없는 진리를 고정관념이라고
가정해 보자.

이런 기초상식을 반대로 생각하거나 상상력만 보태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줄기를 반대로 틀면 위로 솟구치는 "분수"가 되고
밤과 낮을 합해 둘로 나누면 "새벽"이나 "노을"이 된다.

공원에서 인기를 끄는 "뮤직분수"는 물의 특성에 분수와 음악 멀티미디어
이벤트성을 결합한 것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은 움직이지 않는 그림을 연속적으로 이동시켜 움직인다는 착시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런 발상을 오늘날의 산업사회에서는 아이디어라고 부른다.

아이디어로 각광받는 장난끼 어린 상상력들의 공통점은 기초상식에
충실했다는 데 있다.

그것을 반대로 혹은 재결합하여 새로운 고정관념으로 정착시켜 왔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런 기초상식이 너무 무시되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는 데만 급급하여 그나마 지니고 있던 상식마저 무시되는
경향도 있다.

공직자의 덕목이란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부패가 만연하고 인간존중의
고정관념을 벗으니 불신사회가 되기도 한다.

미래사회의 아이디어맨은 기초상식을 분해하고 재결합하여 "새로운
고정관념"을 만드는 사람이다.

이른바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신지식인의 모형이다.

머릿속의 고정관념은 깨지는 것이 아니다.

보다 강력하고 새로운 고정관념에 의해 재구성되는 것 뿐이다.

그것이 아이디어다.

고정관념을 살리자.

기초상식에 충실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