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수, 실업률 등 정부기관에서 발표하는 많은 수치들도 표본조사의
결과이다.

또한 TV나 신문에서 발표되는 대부분의 조사결과들도 표본조사를 통한
것이다.

그러면 표본조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좋은 표본을 뽑는 것이며 좋은 표본이란 간단히 말해서 표본이 모집단
의 축소판 닮은꼴이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 즉 대표성을 갖는 표본을
뽑아야 한다.

국이나 찌개의 간을 볼 때는 먼저 서너번 휘휘 젓는다.

새로 담그는 김치의 간을 볼 때도 먼저 양념과 배추를 골고루 버무린다.

왜일까.

국 한 숱가락이, 배추 한 조각이 전체를 대표할 수 있어야 그 맛으로
전체의 간이 맞는가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함지박에 가득 담긴 딸기를 살 때 함지박 위에 있는 딸기 몇 개만을 조사한
뒤, 딸기가 크고 잘 익어서 좋구나 하며 몇 근을 산다면 낭패를 보기 쉽다.

함지박 위에 놓인 딸기들은 함지박 안에 있는 전체 딸기를 대표하지 못한다.

대개는 크고 좋은 딸기를 잘 보이도록 위에 올려놓고 속에는 그렇지 못한
딸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표본이 모집단의 축소판 닮음꼴이 되지 못할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속담이 있다.

바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다.

코끼리의 일부만을 만져보고 코끼리가 어떤 것이라고 판단을 한다면
코끼리의 모습을 비슷하게 그려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대표성이 없는 표본으로부터 아무리 신뢰성 있는 자료를
얻는다고 하더라도 모집단의 특성을 추정하는데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표본만을 조사해 전체(모집단)의 특성을 추정하는 표본조사에서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표본이 대표성을 갖는 것은 올바른 추정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축소판 닮은꼴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표본조사로부터 잘못된 결과를 발표
하여 세계적인 망신을 샀던 유명한 예로는 193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의
여론조사가 있다.

무려 230만명을 조사했지만 대표성이 없는 표본이었기에 루스벨트 후보의
낙선을 예측했던 것이다.

김진호 <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