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 < 국방대학원교수 gemkim@unitel.co.kr >

모집단의 특성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모집단을 전부 다 조사하는 방법을
전수조사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와 주택을 조사하기 위하여 5년마다 한번씩하는 인구.주택
조사가 대표적인 전수조사의 예이다.

전수조사는 비용과 시간을 많이 들여 정확하게 조사하려는 것이지만 실제로
는 조사과정에서의 오류 때문에 정확성이 보장되지 않을 때가 많다.

실제 예를 하나 들어보자.

국보 32호이면서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경판은 모두 몇 장일까.

그 대답은 "아직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이다.

일제 때인 1915년 실시한 전수조사에 따르면 경판 수는 8만1천3백48장이었다

1975년에 실시된 문화재관리국의 전수조사 결과는 8만1천2백40장이었다.

경판을 세는 과정에서 단조로움, 또는 착오나 실수 때문에 셀 때마다 숫자가
틀리게 된다.

표본조사의 이점을 보여주는 예를 들어보자.

비행기표를 살 때는 한 곳에서 최종목적지까지 가는 표를 사고 요금을
지불한다.

비행기로 서울에서 미국의 마이애미까지 가는 표를 살 때, KAL영업소에
가면 아마도 서울에서 미국 아틀랜타까지는 KAL비행기표를, 아틀랜타에서
마이애미까지는 외국항공사의 연결 티켓을 줄 것이다.

요금은 외국항공사에 지불해야 하는 몫까지 우선 KAL에 지불한다.

물론 KAL은 해당 항공사 몫을 나중에 돌려준다.

미국같이 큰 나라에서 항공기는 우리 나라의 고속버스처럼 사람들의 이용이
흔하고 항공사의 수도 많다.

항공수요가 급증한 1950년대 중반이후 미국항공사들은 항공요금을 각 항공사
몫으로 정확히 나누는 지루한 작업에(비용도 많이 듬)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표본조사였다.

전체 티켓의 10%를 표본으로 뽑아서 각 항공사의 몫을 정밀조사를 한 뒤
이를 근거로 전체에 대한 각 항공사의 몫을 추정했다.

이러한 표본조사의 결과와 실제로 전수조사를 한 금액과의 차이는 1백만
달러당 약 700달러 정도로 근소했다.

그 이후부터는 계속 표본조사를 이용해 항공요금을 분배하고 있는데 요즘은
티켓이 너무 많아져서 어떤 경우에는 전체 티켓의 0.5% 정도만을 표본으로
뽑아 계산한다.

이처럼 표본조사를 잘 활용하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면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