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를 공정하게 평가해 시중자금이 꼭 가야할 곳에 효율적으로 흐르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재룡(39) (주)한국펀드평가(Korea Fund Research)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펀드평가 전문회사를 설립한 동기를 이런 각오로 요약했다.

그는 "세계적인 펀드평가회사인 모닝스타(Morning Star)도 82년에 2명이
7만달러를 갖고 창업했다"며 "펀드평가가 나왔을 때 일부 대형기관들이 결과
를 수용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올지도 모르나 사명감을 갖고 꿋꿋이 평가
업무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일부에서 주식형과 뮤추얼펀드를 평가한다고 하면서 섣부른
계량화를 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더이상 지켜보기 어려워
창업을 서둘렀다"고 설명했다.

우재룡 사장을 만나 (주)한국펀드평가를 설립한 이유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그동안 몸담았던 투자신탁협회를 그만두고 창업하게 된 동기는.

"현재 펀드규모는 주식형과 공사채형 및 뮤추얼펀드를 합해 2백60조원에
이르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으나 펀드 사이에 옥석이 구별되지
않고 있다.

펀드에 관한 정보라고 해야 광고성, 홍보성 정보밖에 없어 공정치 못한
형태로 펀드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펀드는 깔때기처럼 시중자금을 모아 자금이 필요한 부문에 효율적으로
전달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펀드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돈이 투자자와 국민경제가
원하지 않는 부적절한 곳에 흘러갈 우려가 있다.

이런 것들은 감독기능만으로 해결하기 힘들다.

펀드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면 시장에 맡겨놔도 자금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질 수 있다"

-펀드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잣대는 무엇인가.

"크게 나누어서 두가지다.

하나는 펀드를 유형별이나 특성별로 나눠 객관적인 숫자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랭킹(Ranking)평가다.

절대수익률이나 종합주가지수 대비 초과수익률, 위험을 감안한 수익률인
샤프지수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펀드매니저의 훈련도나 경영자 마인드같은 주관적 요소를
바탕으로 등급을 매기는 레이팅(Rating)이다.

당장은 랭킹평가에 치중하되 점차로 레이팅평가도 해 나갈 계획이다.

랭킹평가도 어렵지만 레이팅평가는 더욱 힘들다.

게다가 우리나라 펀드는 규모는 적은데 개수는 엄청나게 많다.

미국은 두부를 평가하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콩을 일일이 젓가락으로 집어내
순위와 등급을 매겨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 일을 하려면 전문인력과 비용이 많이 필요할텐데.

"전문인력 5명을 포함해 10명 이내로 출범한다.

초기 자본금은 1억원정도에 불과하나 점차 자본투자자를 모집해 나갈
계획이다.

펀드평가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하자 돈을 대겠다는 곳이 너무 많다.

중요한 것은 자본을 출자하는 것이 펀드평가의 공정성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학계와 외국금융기관에서 사외이사를 6명 선임해 출자자와 펀드평가에 대한
공정성 등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따라 심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증권사나 언론사, 그리고 펀드매니저들의 출자는 사양하고 있다.

정보서비스업인 만큼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아 벤처육성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언제쯤이면 펀드를 평가한 결과가 나오나.

"이번달에 회사설립작업을 마무리한 뒤 8월중에 랭킹평가와 관련된 자료를
공개할 계획이다.

인터넷 사이트도 개설해 펀드평가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전산관련 업무는
이미 아웃소싱했다.

1단계 작업이 끝나면 연기금을 대상으로 투자전략수립이나 자산운용을
아웃소싱하는 대상회사의 평가업무 등도 시작할 것이다"

-국내외 평가회사들과 제휴하거나 합작할 계획은.

"한국의 펀드시장은 매우 특이하다.

성격이 비슷한 소규모 펀드가 난립돼 있어 외국기관의 접근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앞으로 1년동안 펀드평가에 대한 표준화작업을 한 뒤 그때 가서 외국기관
과의 제휴를 추진할 생각이다.

국내 신용평가회사와는 그동안 접촉해 봤으나 펀드평가에 대한 인식이 달라
독자적으로 창업하는 길을 택했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