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증권사들이 주가 1,000포인트를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복합적이다.

네자리 주가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 못지않게 초조함도 배어있다.

99년의 지수 1,000포인트가 상징하는 점이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물론 금융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시점이어서 그렇다.

증시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시장은 확장되는 추세다.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에 지수 1,000포인트는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증권사들이 세우는 경영전략은 명료하다.

고객만족과 수익원의 다양화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같은 목표가 내포하는 의미는 엄청나다.

"금융기관"이라는 명칭에 안주했던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고 선진형 사업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만족의 첫번째 타깃은 다양한 상품개발이다.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등 자산운용관리 프로그램등 선진기법을 도입하는
것은 기본이다.

저마다 다양한 간접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의 재산을 늘려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리서치(조사분석)작업을 강화하는 것도 증권사들이 중점을 두는 분야다.

종목선택을 고객들에게 맡기고 거래 수수료만 받겠다는 것은 과거의
패러다임이다.

이제는 종목선택부터 철저히 책임지겠다는 게 증권사들의 생각이다.

사이버 시스템 강화도 증권사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다.

사이버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앞으로 거래 대부분이 컴퓨터를 통해 이뤄질 날이 멀지않았다.

증권사들은 사이버공간을 단순히 매장을 대신해 주문을 내는 공간적인
의미로 놔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급정보를 제공하고 고객과 1대1로 대화하는 마케팅창구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증권사들이 변화의 키워드로 생각하는 것 중에는 은행등 다른 금융기관과의
업무제휴도 들어있다.

이미 은행과 계좌개설 협력을 맺은 증권사가 많다.

그러나 단순히 계좌를 편리하게 여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은행과 연계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마케팅의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증권사들은 인수나 중계등 종합금융부문을 강화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위탁거래 수수료나 챙기는 1차원적 영업에서 벗어나 변신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증권사들이 과거의 체질을 벗어던지는데는 어려움이 없지 않을 것이다.

노하우도 부족하고 법적인 제도가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변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증시환경이 이를 강요하고 있다.

강제된 변신마저 회피할 경우 돌아오는 것은 도태 밖에 없다.

증권사들이 요즘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