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앞으로 어떤 곡선을 그릴까.

종합주가지수 1,000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1,500~2,000을 향해 달려갈
것인가.

아니면 곧바로 1,000밑으로 미끄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과거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경계론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은 이번의 1,000돌파는 또다른
대세상승국면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900에서 1,000까지 너무 숨가쁘게 달려와 숨을 고를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상승에너지는 여전히 충분하다는 것.

따라서 땀을 식히는 조정국면을 거쳐 주가는 다시 오름세를 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이 꼽는 첫번째 상승에너지는 풍부한 자금이다.

증시매수력의 잣대는 간접투자시대의 꽃인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집중되는
시중자금으로 측정할 수 있다.

최근 많게는 하루에 약 1조원이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유입되고 있다.

제일투신의 김성태 주식운용팀장은 "몰려드는 자금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
라고 전했다.

지난 94년 주가가 1,000선을 돌파했을 때와 비교하면 투신권의 주식매수력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다.

현재 투신사의 전체 수익증권중 주식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3%에
불과하다.

지난 94년에는 주식형의 비중이 30%에 달했었다.

장기공사채형 수익증권의 만기가 돌아옴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채권형에서
주식형으로의 전환추세로 보아 주식형의 비중은 94년 수준까지 높아질 공산이
크다.

올들어 지금까지 유입된 자금과 비슷한 규모의 돈이 추가로 주식형에 몰릴
것이란 얘기다.

투신의 막강 파워는 외국인이 휘두를 수 있는 영향력까지 압도해주고 있다.

최근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순매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주가가 승승장구
하는 것은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증권사들이 포철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핵심블루칩의 목표가격을 빈번히
상향조정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넉넉한 실탄을 앞세운 투신사의 매수세 속에 눈칫밥을 먹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가 끝난 것은 아니다.

다만 쌍끌이의 주도권이 외국인에서 투신으로 넘어왔을 뿐이라는 것이다.

외국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엔화가치는 1백20엔대에서 안정돼 있다.

중국정부도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외국인들은
한국 등 아시아증시에 여전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ABN암로 아시아증권의 최정호 차장은 "다만 국내 주가가 그동안 급등한 탓에
상대적으로 덜 오른 일본 대만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몰리면서 한국에서의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하고 있으나 외국인이 한국시장에서 대거 자금을 빼내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투신사들의 증시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은 곧 주가의 상향 안정화로 연결된다.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의 오재열 과장은 "지금은 투신 등이 장을 주도하는
기관화 장세여서 시장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화장세에서는 일반투자자들도 블루칩을 장기보유하는 기관의 투자패턴을
따라가기 때문에 소위 작전이 먹혀들지 않는다.

그만큼 주가급등락의 위험성이 낮다는 얘기다.

반면 한번 탄력을 받으면 그 힘이 오래간다.

두번째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말 국내 산업생산은 21.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국내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실적도 지난해보다 무려 60~7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저조했던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게 아니라 사상최대치의
실적을 올리는 기업도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재열 과장은 "대기업들이 비주력사업을 구조조정해 중견기업들의 경쟁력이
커지는 혜택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블루칩, 중견상장사 주식으로 매기가 확산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경제가 회복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점도 국내 주가를 채찍질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메릴린치증권과 모건스탠리증권은 내년의 세계성장률을 올해
전망치보다 약 1%포인트씩 올려잡았다.

세계경기회복은 국내 경기회복견인, 미국 일본 등 세계증시 활황, 국내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연말까지 30조원에 가까운 유상증자공급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미국이 자국내 물가추이에 따라 금리정책이나 통화정책을 어떻게
전개시킬 것인지도 잠재적인 악재로 꼽히고 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