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패션 관계자들은 90년대의 베스트 브랜드로 데코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패션전문업체 데코가 자사명을 브랜드화한 데코는 지난 83년 런칭이후
지금까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정상을 달려왔다.

특히 친근한 이미지와 패션성을 동시에 보유하고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에
군림했다는 점에서 90년대의 최고의 브랜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여성복 브랜드의 수명을 길어야 3~4년 정도로 잡는다.

트렌드에 큰 변화가 없고 영향을 덜 받는 남성복이나 아동복에 비하면
극히 짧은 목숨이다.

매년 20,30개의 신규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고 모두들 정상의 자리를 목표로
하지만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한 브랜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운좋게 톱브랜드 자리에 오르더라도 대개 1년을 넘지 못하고 불꽃이
사그라든다.

이런 시장상황속에서 유행에 특히 민감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이 큰
여성들의 입맛을 20년 가까이 맞춰왔다는 사실만으로 패션계에서 데코가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패션 전문가들이 말하는 데코의 롱런 비결은 두가지다.

"데코 고유의 베이직 컨셉트 유지"와 "깨끗한 회사 사풍"이 그것이다.

데코 상품을 살펴보면 어느 시즌이나 무난하고 튀지 않는 디자인이 주류를
이룬다.

유행을 확 앞서나가는 상품은 없지만 그렇다고 뒤졌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기본적인 베이직 디자인에 트렌드를 적절히 가미한 것이 그 비결이다.

그래서 데코는 유행에 너무 앞서고 싶지는 않지만 구식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20대 여성이 주고객이다.

이처럼 평범해 보이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옷, 그래서 몇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옷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데코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데코만의 노하우는 오랜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우수한 인력으로부터
비롯된다.

디자이너 김영순 이사의 경우가 그렇다.

이 브랜드의 도입부터 현재까지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영업을 총괄하는 김우영 전무도 마찬가지다.

이런 우수한 인력이 밑거름이 돼 데코는 오랜 시간 변함없는 모습과 변화의
템포를 적당하게 맞출 수 있었다.

이 두사람을 포함, 패션업체 데코에는 오리지널 맨이 여럿 존재한다.

이직이 많다고 소문난 패션계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지방의 한 대리점주는 "데코의 판매사원들은 대리점이 철수하더라도 데코의
다른 매장에서 근무하기를 원하며 본사 영업사원도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사람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아끼는 회사 사풍때문이라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데코와 거래하는 백화점 바이어들도 이 회사의 이원평 회장을 포함, 임직원
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거나 좋지 않은 소문에 휘말릴때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신뢰가 밑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