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외국기업들에 "기회의 땅"인가.

IMF 관리체제 이후 한국에 본격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기업 상당수가 불황터널에서 머물고 있는데 외국기업들은 "파란 신호등"
을 받으며 거침없이 달리는 것이다.

외국인투자도 최고치 경신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일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외국인 투자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외국인투자는
9억8천8백만달러로 올들어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올 상반기 외국인 투자총액도 44억6천4백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81.4%
나 늘었다.

이같은 투자추세는 이어져 다른 외국기업들의 한국상륙 러시가 예상된다.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외환위기를 호기로 삼아 "무혈 입성"하다시피했다.

한국의 알짜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여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독일의 바스프그룹은 한화바스프, 대상그룹 라이신사업부문, 효성바스프
등을 어렵지 않게 인수했다.

탄탄한 회사였던 한솔제지 신문용지부문도 다국적기업 팝코로 넘어갔다.

외국기업들은 인수한 한국기업을 선진경영기법 등으로 "기름칠"해 초우량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한국의 우수한 노동력도 외국기업에 큰 도움이 됐다.

일자리 얻기가 힘들어지자 고급 기술 및 기능을 갖춘 인력이 싼 임금을
감수하고 외국기업에 몸담았다.

외국기업의 전성시대를 연 요인으로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한국인들의
거부감이 희석된 점도 꼽힌다.

외국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는 "국산품 애용"을 외치던 한국시장
진입장벽을 허물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외국기업=모범경영=우량제품"이란 등식이 생기면서
외국기업의 매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바스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8% 늘어난 8천8백50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외국기업들은 각종 기부금 등 준조세를 한국기업보다 덜 부담하는 장점을
누린다.

그만큼 경쟁력 강화로 나타나는 것이다.

외국기업이 선진 노하우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을 장악하는데
대해서는 긍정.부정 양론이 있다.

앞선 기법과 기술을 한국에 전수함으로써 한국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준다는게 긍정론의 뼈대다.

반면 국내시장을 너무 많이 빼앗긴다는 부정론도 있다.

외국기업들은 대체로 한국시장의 앞날을 밝게 내다본다.

SAP 듀폰 컴팩 등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도 21세기
시장선점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