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세금을 쓰는 만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발족한 국제금융센터에 대한 금융계의 평가다.

이 센터는 국제금융시장 흐름을 모니터링해 금융위기 발생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가 50억원, 한은이 50억원을 내 총 1백억원이 설립비용으로 들어갔다.

설립 초기부터 반대여론이 있었으나 재정경제부의 주장으로 강행됐었다.

금융계에선 이 센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인력 활용 방안이 제대로 정착이 안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센터에 소속된 전문가는 23명.

이들은 오전 5시30분부터 신문이나 외신 등을 분석해 일일보고서를 만든다.

한은이나 금융기관의 자료도 취합한다.

24시간 교대로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관찰한다.

뉴욕이나 도쿄 홍콩 등 국제금융도시에 진출해 있는 은행이나 증권회사
직원과도 연결해 동향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이 정도의 일은 개별 기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정책당국을 위해 자료를 정리하는 비서역할을
하는데 그치고 있다"며 "관리들을 나태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범한지 아직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제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인력활용방안 외에 관련기관간 협조가 미비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외환거래를 하고 있는 관세청의 통관실적 자료 등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한은에 설치된 외환전산망이 석달밖에 되지 않아
아직 자료 입력 등이 불완전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행태에 대한 불만도 크다.

개별 기관이 매일 입력한 자료를 한 곳에서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게
금융계의 주장이다.

국민세금으로 연간 35억원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만큼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현재 이 센터가 만드는 보고서는 일일속보와 분석보고서 특별보고서 등
세 종류다.

보고서는 청와대 재경부 한은 기획예산처 금감위 등에만 제공된다.

센터측은 "정부에 대한 서비스 기관으로 출발했고 보고서 내용도 보안을
요구하는 것이 많아 공개를 제한할 수 밖에 없다"며 "일일속보는 이달부터
시중은행장에게도 제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어윤대 국제금융센터소장도 "그동안 일일속보외에 분석보고서 60여개와
특별보고서 20여개를 작성해 관련 당국에 정책대안으로 올리는 등 충실히
역할을 수행했다"며 "금융센터를 더 빨리 설치했더라면 외환위기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산파역을 맡았던 재정경제부에선 이 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용덕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보고서 수준이 상당히 높고 민간인들이어서
정부에 대해 기탄없이 쓴소리도 하기 때문에 정부로선 상황판단에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유용성을 옹호했다.

< 김준현 기자 kimj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