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시대에 투자대상으로 각광받던 금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10년전 까지만 해도 금 2.5돈쭝이면 살 수 있었던 쌀 1가마를 지금은
4돈쭝이나 줘야 살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국제시장에서 금값이 폭락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금이 이미 투자대상으로서 매력을 잃었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귀금속도매시장에서는 금 1돈쭝이 지난 10일 4만원 밑으로 떨어진뒤
3만9천~4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 1돈쭝 값이 4만원을 밑돌기는 97년 6월이후 2년만이다.

금 도매가격은 97년말 외환위기로 원화 환율이 급등하자 덩달아 올라
지난해 2월엔 6만원에 근접했었다.

현재의 금값은 10년 전인 89년 6월(3만5천5백원)에 비해 13% 높다.

같은 기간중 80kg 짜리 쌀 1가마 값은 8만5천9백원에서 15만9천1백원으로
85% 뛰었다.

이에 따라 10년전 금 2.5돈쭝을 주면 살 수 있었던 쌀 1가마를 지금은
4돈쭝이나 줘야 간신히 살 수 있게 됐다.

금값이 폭락한 것은 국제시세가 곤두박질하고 원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런던금속거래소 뉴욕상품거래소 등 국제시장에선 요즘 금 현물이 1온스당
2백6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기록한 98년 최고가격 2백94.70달러에 비하면 12% 떨어진
값이다.

같은 기간중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달러당 1천5백원선에서
1천1백55원선으로 23% 가량 떨어졌다.

금값이 급락하면서 투자대상으로서 가치도 줄어들고 있다.

서울귀금속의 손도환사장은 "물가가 급등하던 때는 금이 각광받았지만
지금은 매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또 "값이 떨어져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
면서 "당분간 금값이 살아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