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가 되려면 모르지만 프로가 되려면 눈을 다른 곳에 돌려서는 되지
않는다.

박세리가 골프 이외의 것에, 이창호가 바둑 이외의 것에, 박찬호가 야구
이외의 것에 눈을 돌렸다면 오늘날의 그들이 있었겠는가.

박세리 이창호 박찬호는 한국이 낳은 인재다.

국제경쟁력이 있는 인력이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태어나면 거의 예외없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나 일반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박세리 이창호 박찬호같은 인물 여럿을
키우기가 어렵다.

국제경쟁력이라는 말은 허구가 되고 만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초등학교가 시키는 공부를 해야 한다.

세계적 골퍼, 세계적 바둑기사, 세계적 야구선수가 되려고 하는 학생이든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이든 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학교가 시키는 이른바
"학교공부"를 해야 한다.

학교공부가 먼저이고 나머지 것들은 부차적인 것이 되고 만다.

프로골퍼가 되려고 하는 사람에게 골프 연습이 부차적인 것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은 아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교공부를 먼저 한 후 남은 시간에 "피아노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현재의
초등학교 학생이 처해 있는 운명이다.

한눈을 팔지 않아도 될까 말까 한 일인데 한눈을 팔고 있는 사람이면 프로의
문턱에도 오를 수 없다.

몸의 치수나 마음의 치수가 태어날 때부터 운동선수나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가 있다.

그러한 아이는 아마 국민의 0.01%밖에 되지 않을지 모른다.

아니 그 보다 더 적은 수효일지 모른다.

그러한 아이는 이 땅의 곳곳에 숨어 있다.

국제경쟁력을 우리가 중요시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아이를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아이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아이의 발견과 교육은 일반 초등학교에서는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일반 초등학교에서는 "학교공부"가
먼저이고 어떤 분야의 프로가 되기 위한 "조기교육" 내지 "영재교육"은
부차적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회있을 때마다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0.01%의 아이들을 위해서 "예술초등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예술초등학교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라고 할 사람이 있을 줄로 안다.

예술초등학교는 다름 아닌 프로가 되기 위한 공부가 먼저이고 "영재교육"과
"조기교육"을 중요시하는 학교다.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학생은 눈만 뜨면 죽어라고 "피아노공부"만을 하게
하는 학교다.

남는 시간에 "학교공부"를 하게 하는 그러한 학교다.

이러한 학교가 제도적으로 우리나라에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초등학교에서 6년간 "피아노공부"와 부수적인 "학교공부"를 병행해본
결과 피아노로는 입신하지 못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학생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교육과정의 세부적 사항이 되는 것이겠지만 교육기간 중의 평가과정에서
"학교공부"에 더 치중케 함으로써 일반 중등학교에 진학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예술초등학교가 없는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학교공부"와 "피아노공부"를 병행하다가
피아노로 입신하지 못하겠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학생의 경우는 피아노를
포기하면 된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지 않은 학생의 앞날은 어렵게 된다.

현재의 제도에서는 별 도리가 없다.

일반 중등학교로 진학하거나 완전한 예술 중등학교의 성격은 아니나 다른
일반 중등학교보다는 음악을 중요하게 다루는 "예원학교" 같은 곳으로 진학할
수 있다.

일반 중등학교에 진학하든,예원학교에 진학하든 간에 적은 학교에 두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예비학교에 와서 지도를 받는 학생도 있다.

필자는 이런 식의 현행제도보다 예술초등학교-예술중등학교-예술고등학교-
예술대학교가 생김으로써 교육의 시작과 끝이 서로 이어지는 예술교육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예술대학교라고 하는 것은 예술 초.중.고등학교와 구별하기 위한
대학과정의 예술학교라는 의미의 명칭이다.

인문대 사회대 식의 일반대학 개념과는 시작부터 교육이념이 다른 학교다.

몇년전에 탄생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진일보한 예술교육학교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학교의 명칭때문에 예술학교가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도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다.

99.9%의 보통 어린이들도 중요하지만 0.01%의 예술 영재재능을 살릴 수
있는 제도도 중요하다.

예술 영재교육의 세부적 방법 연구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초등학교와는
학교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른 예술 영재학교에 해당되는 예술초.중.고.
대학교를 시급하게 만들 때 국제경쟁력이 강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마디로 신학교의 창조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