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직자 부정처벌, 예외없어야 .. 노택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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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택선 < 한국외대 교수 / 경제학 >
때가 되었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부에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이란
것을 만들었다.
일부 공직자들의 부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검찰의 위상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 이른바 고급 옷 로비사건 이후 당연한 수순처럼 정부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5만원 이상의 선물을 주고받지 못하며 호화유흥업소나 고급
의상실을 출입할 수 없다는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보기에 따라서는 매우
희극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 뒤에 일상적으로 발표되는 정부의 대책을 보면서
이번에는 좀 달라지려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무래도 어딘가 허탈하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공직자의 기강을 논하고 있는가.
고급의상실을 출입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수천만원짜리
밍크코트가 공직자의 집을 들락거렸을까.
아니다.
문제는 공직기강을 확립하고자 하는 공직자 스스로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부정을 하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생각의 원천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을 가져오는가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을 저지르는 공직자들을 예외없이
규정대로 처벌하는 것이다.
공직자들의 부정은 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 교수는 어떤 사회에 어떤 제도가
생겨나는 것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보았다.
상품과 용역의 거래를 위해서는 물건의 가치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고, 거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해야 하며,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거래비용이라고 한다.
제도는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사회 전체적인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겨난다.
특히 국가기관이 가지고 있는 사법기능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직자들에게는 허가 감독 단속 처벌 등의 권한이 주어지고 이같은
공적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면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팔면 음식점 주인의 이익은 커지겠지만 그 음식을
먹은 다수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사회적 후생손실"이라고 한다.
공직자들에게는 사회적 후생손실을 막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허가 감독 단속 처벌의 공적 권한은 그 속성상 언제나 담당 공직자의
개인 이익에 봉사하는 사적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주어진 권한의 공적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단순히 도덕성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 사회가 커다란 경제적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공직자의 부정 비리에 의한 사회적 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을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들이 허탈감을 느끼고, 기회만 되면 부정적인
방법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심어준다면 그 비용은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크다.
주말에 실시하는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선을 지키지 않는 얌체 차량은
버스의 소통을 지연시킴으로써 그러한 제도를 만든 취지를 직접적으로 방해할
뿐 아니라, 차선을 지키며 서행하는 많은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고 전용차선
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함으로써 엄청난 비효용
(disutility)을 가져다준다.
그런 의미에서 공직자들에게는 단순한 도덕성을 넘어서는 경제적 도덕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공직자들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법과 규정을
통해서 강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잘 만들어진 법과 규정을 어떻게 강제하는가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발되기만 하면 예외없이 처벌되기 때문에 부정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면 법과 규정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부정을 저지르고도 "재수없게" 걸려서 그저 "표적"이나 "희생양"이 되었다고
생각해서야 그 법, 규정은 오히려 부정을 감추는 장막이나 다를 바 없다.
부정을 하게 되면 언제 어떻게 걸릴지 모른다는 예측 불가능성에, 적발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확실성이야말로 공직자 기강을 세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공직기강을 세우기 위한 대책은 바로 그러한 구체적 방안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이렇게 최소한이 확보되면 경제적 도덕률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준수사항을 지키려는 공직자들 스스로의 의지가 강해질
수 있다.
부정 비리의 정도를 무역제재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논의도
있고 공공부문의 개혁이 가장 늦다는 질책도 따갑다.
이런 마당에 공직자들이 지켜야할 준수사항을 국민들이 낸 엄청난 세금으로
광고를 하겠다는 발상이나, 다수의 선량한 공직자들로 하여금 볼멘소리를
내게 하는 자정결의 대회, 각서 따위로 발등의 불만 끄려는 전시행정으로는
결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어째 정부관계자들만 모를까.
-----------------------------------------------------------------------
<>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대 경제학 석.박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
때가 되었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부에서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이란
것을 만들었다.
일부 공직자들의 부정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검찰의 위상에 심각한
손상을 입힌 이른바 고급 옷 로비사건 이후 당연한 수순처럼 정부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5만원 이상의 선물을 주고받지 못하며 호화유흥업소나 고급
의상실을 출입할 수 없다는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보기에 따라서는 매우
희극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 뒤에 일상적으로 발표되는 정부의 대책을 보면서
이번에는 좀 달라지려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무래도 어딘가 허탈하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대책이 없어 공직자의 기강을 논하고 있는가.
고급의상실을 출입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수천만원짜리
밍크코트가 공직자의 집을 들락거렸을까.
아니다.
문제는 공직기강을 확립하고자 하는 공직자 스스로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부정을 하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생각의 원천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손실을 가져오는가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을 저지르는 공직자들을 예외없이
규정대로 처벌하는 것이다.
공직자들의 부정은 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
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 교수는 어떤 사회에 어떤 제도가
생겨나는 것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보았다.
상품과 용역의 거래를 위해서는 물건의 가치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고, 거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감시해야 하며,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 필요한 제반 비용을 거래비용이라고 한다.
제도는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사회 전체적인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생겨난다.
특히 국가기관이 가지고 있는 사법기능은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공직자들에게는 허가 감독 단속 처벌 등의 권한이 주어지고 이같은
공적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면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팔면 음식점 주인의 이익은 커지겠지만 그 음식을
먹은 다수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사회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를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사회적 후생손실"이라고 한다.
공직자들에게는 사회적 후생손실을 막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책임이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허가 감독 단속 처벌의 공적 권한은 그 속성상 언제나 담당 공직자의
개인 이익에 봉사하는 사적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주어진 권한의 공적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단순히 도덕성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 사회가 커다란 경제적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다.
공직자의 부정 비리에 의한 사회적 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을 지켜보는 대다수 국민들이 허탈감을 느끼고, 기회만 되면 부정적인
방법으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심어준다면 그 비용은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크다.
주말에 실시하는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선을 지키지 않는 얌체 차량은
버스의 소통을 지연시킴으로써 그러한 제도를 만든 취지를 직접적으로 방해할
뿐 아니라, 차선을 지키며 서행하는 많은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고 전용차선
으로 들어가고 싶은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함으로써 엄청난 비효용
(disutility)을 가져다준다.
그런 의미에서 공직자들에게는 단순한 도덕성을 넘어서는 경제적 도덕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공직자들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법과 규정을
통해서 강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잘 만들어진 법과 규정을 어떻게 강제하는가이다.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예외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발되기만 하면 예외없이 처벌되기 때문에 부정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면 법과 규정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부정을 저지르고도 "재수없게" 걸려서 그저 "표적"이나 "희생양"이 되었다고
생각해서야 그 법, 규정은 오히려 부정을 감추는 장막이나 다를 바 없다.
부정을 하게 되면 언제 어떻게 걸릴지 모른다는 예측 불가능성에, 적발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확실성이야말로 공직자 기강을 세우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공직기강을 세우기 위한 대책은 바로 그러한 구체적 방안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이렇게 최소한이 확보되면 경제적 도덕률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준수사항을 지키려는 공직자들 스스로의 의지가 강해질
수 있다.
부정 비리의 정도를 무역제재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논의도
있고 공공부문의 개혁이 가장 늦다는 질책도 따갑다.
이런 마당에 공직자들이 지켜야할 준수사항을 국민들이 낸 엄청난 세금으로
광고를 하겠다는 발상이나, 다수의 선량한 공직자들로 하여금 볼멘소리를
내게 하는 자정결의 대회, 각서 따위로 발등의 불만 끄려는 전시행정으로는
결코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어째 정부관계자들만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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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대 경제학 석.박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