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의 대출취급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한미은행의 대출업무를 대행한다는 형식이지만, 체신예금 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까지 취급하겠다는 내용이고 보면 사실상 금융기관처럼 여신행위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체국에서 대출을 해줄 경우 타격을 입게 될 농협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우리는 우체국대출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선 그것이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특정은행 업무대행이라는 형식으로 여신
업무를 시작하려는 것이 국가기관으로서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

우체국 예금업무의 근거법인 "체신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은 법 명칭대로
예금과 보험업무만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현행법 아래서 여신업무를 취급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이다.

바로 그런 법률적인 문제때문에 한미은행과 업무제휴계약을 맺고 대출업무를
대행하는 형식을 빌리겠다는 생각이라면 더욱 문제가 있다.

국가기관의 업무가 그런 편법으로 세모꼴도 되고 네모꼴도 돼서는 안된다.

만약 우체국대출이 나라경제 전체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특정은행 업무대행
형식의 구차한 방법이 아니라 법부터 고치는 것이 옳다.

잔재주나 부리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국민경제차원에서 우체국대출이 꼭 필요한지는 더욱 의문이다.

우정적자등 어려운 점이 없지않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알고 있지만, 우체국의
금융업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여신의 영역까지 확대할 것이 아니라 현행 수신업무도 언젠가는 없애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우체국의 수신업무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저축확대라는
측면에서 그동안 기여한 바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금융감독체계나 공정한 경쟁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언제까지 허용해서
좋을 일은 아니다.

우체국의 수신업무 허용을 위해 체신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던 82년
당시에도 바로 그런 차원에서 논란이 있었다.

금융감독대상이 아닌 우체국에서 수신은 물론 여신까지 취급토록 허용한다면
이는 감독체계의 혼란과 그로 인한 부작용을 결과할 우려가 크다.

농협보다 싼 금리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므로 우체국대출을 허용해야 한다는게 정통부관계자 주장이지만,
그것은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인건비등이 재정에서 나가는 국가기관에서 부대업무로 금융을 취급할 경우
원가부담이 덜할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우체국 대출허용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게 된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