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그마 경영혁명] (상) 성공사례 : 한국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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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공업에서 발전설비 부품을 만드는 작업은 엄청난 덩치에 걸맞지 않게
상상을 초월할 만큼 손이 가는 많은 프로세스들로 이뤄져 있다.
울진원전 5호기용 로터를 보자.
2백50t 무게의 작은 집채만한 쇳덩이를 로터로 가공하기 위해 좋은 쇠를
골라 주조 단조를 거쳐 사각의 쇳덩어리를 만든다.
이를 밀링공정을 통해 들쭉날쭉한 원통형의 축으로 만든다.
로터의 형태가 만들어지면 다시 수만개의 구멍을 뚫고 터빈 날개를 끼워
터빈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로터의 샤프트에 끼우는 길이 1m가량의 버켓(날개)은 화력의 경우 3천개,
원자력의 경우 8천개 정도에 달한다.
이들을 하나 하나 가공하는 데는 수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소재를 구매해 가공.조립해 시운전한 후 OK를 받기까지 수천개를 만들자면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일일이 번호가 매겨져 있는 버켓의 샤프트 조립 부위에서 구멍의 각도나
위치가 안맞는다든지, 두께가 다르다든지 하면 "퇴짜"를 맞기 때문에 여기에
쏟는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신경을 쓰는 이유는 발전설비의 품질이 곧바로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용 발전기에 불량이 난 것을 그냥 넘겼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다.
불량품이 안나오는 초정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공정을 관리하다보면 불량부품들이 나오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작업과정이 워낙 많고 복잡해 불량이 날 포인트가 수천, 수만가지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이러한 품질관리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게 없다.
추가로 들어가는 검사원 인건비, 예비물량 확보비용 등 이른바 간접 품질
관리 비용까지 감안해 공정을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시말해 "숨은 공장"(hidden factory)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출하한 발전기에 이상이 나타나면 이를 바로잡는다 해도 여기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난 비용을 발생하게 된다.
또 불량에 대비해 예비물량을 10% 더 마련해 놓아야 한다면 소재구입과
생산 가공 등 전 부문에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원가부담이 생긴다.
최종 제품이 제대로 나온다 해도 이에 수반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회사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제품가격은 올라간다.
이는 곧바로 발주처를 놓치게 됨을 뜻한다.
한중이 6시그마를 추진하는 것은 "숨은 공장"을 없애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뜻이다.
한중은 우선 핵심사업인 발전기 공장에서 수많은 프로세스를 통해 이같은
광의의 불량을 6시그마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6시그마 요원들을 양성, 일선 부서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
6시그마 최고 전문가인 블랙벨트들이 제조공정의 전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
가공, 소재, 조립 등 현장 담당자들도 6시그마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얼마전 선진국의 업체와 제품 제조에 들어가는 맨아워(man hour)를 비교한
결과 기본적인 라인업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시그마 레벨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빈발전기 생산라인의 경우 한중은 4.24시그마(3천91PPM), 즉 1백만개중
불량이 3천91개가 나는 꼴이었다.
GE의 품질은 4.36시그마(2천88PPM) 수준.
한중은 시그마 수준을 2002년까지 5시그마(2백33PPM)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올해는 6시그마를 통해 약 2천억원의 원가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한중이 6시그마에 관심을 둔 것은 박운서 사장 당시인 96년 무렵이다.
GE와 지난 76년부터 기술도입 계약을 맺고 일해온 한중은 그들의 경영스타일
을 벤치마킹 해왔다.
그러던 중 95년 GE가 6시그마 운동을 도입하자 한중도 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
97년 이를 도입, 인력양성에 치중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6시그마 아카데미로부터 6시그마기법을 전수
받았다.
당시 30명의 임직원이 6시그마의 원조인 마이클 해리 박사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았다.
또 GE사의 협조로 GE직원과 똑같은 정규 블랙벨트 과정도 이수했다.
2년간 6시그마를 연구해 자체 교재도 개발했다.
강사도 충분하다.
6시그마의 최고 전문가인 마스터 블랙벨트가 15명이나 된다.
사내강사가 자체적으로 블랙벨트 강사를 양성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한중 정도다.
여기에다 GE의 마스터 블랙벨트가 이를 도와준다.
이 때문에 한중은 국내 회사중 6시그마 인프라가 가장 잘돼 있는 회사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지만 6시그마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것은 올해부터다.
지난해 취임한 윤영석 사장이 경영혁신 운동인 MAP(Management Action Plan)
를 도입하면서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6시그마를 본격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윤 사장은 6시그마가 "영문판 MAP"라고 해석하고 있다.
MAP의 3천9백5개 프로젝트는 6시그마의 블랙벨트나 그린벨트의 프로젝트와
유사하고 거꾸로 6시그마의 프로젝트는 MAP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MAP에서는 6시그마 프로젝트를 MAP 프로젝트로 수용하고, GE
등에서는 MAP를 또 다른 6시그마로 이해하고 있다.
이는 6시그마가 경영관리의 효과적인 도구로서 기존의 경영혁신 운동에 접목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중은 GE에 공급하는 주요 발전설비를 중심으로 6시그마를 적용하던 것을
최근 전사적인 혁신테마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
상상을 초월할 만큼 손이 가는 많은 프로세스들로 이뤄져 있다.
울진원전 5호기용 로터를 보자.
2백50t 무게의 작은 집채만한 쇳덩이를 로터로 가공하기 위해 좋은 쇠를
골라 주조 단조를 거쳐 사각의 쇳덩어리를 만든다.
이를 밀링공정을 통해 들쭉날쭉한 원통형의 축으로 만든다.
로터의 형태가 만들어지면 다시 수만개의 구멍을 뚫고 터빈 날개를 끼워
터빈을 만드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로터의 샤프트에 끼우는 길이 1m가량의 버켓(날개)은 화력의 경우 3천개,
원자력의 경우 8천개 정도에 달한다.
이들을 하나 하나 가공하는 데는 수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소재를 구매해 가공.조립해 시운전한 후 OK를 받기까지 수천개를 만들자면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일일이 번호가 매겨져 있는 버켓의 샤프트 조립 부위에서 구멍의 각도나
위치가 안맞는다든지, 두께가 다르다든지 하면 "퇴짜"를 맞기 때문에 여기에
쏟는 정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처럼 신경을 쓰는 이유는 발전설비의 품질이 곧바로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용 발전기에 불량이 난 것을 그냥 넘겼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다.
불량품이 안나오는 초정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공정을 관리하다보면 불량부품들이 나오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작업과정이 워낙 많고 복잡해 불량이 날 포인트가 수천, 수만가지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이러한 품질관리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게 없다.
추가로 들어가는 검사원 인건비, 예비물량 확보비용 등 이른바 간접 품질
관리 비용까지 감안해 공정을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다.
다시말해 "숨은 공장"(hidden factory)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출하한 발전기에 이상이 나타나면 이를 바로잡는다 해도 여기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이 엄청난 비용을 발생하게 된다.
또 불량에 대비해 예비물량을 10% 더 마련해 놓아야 한다면 소재구입과
생산 가공 등 전 부문에서 이와 비슷한 수준의 원가부담이 생긴다.
최종 제품이 제대로 나온다 해도 이에 수반되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
회사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제품가격은 올라간다.
이는 곧바로 발주처를 놓치게 됨을 뜻한다.
한중이 6시그마를 추진하는 것은 "숨은 공장"을 없애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뜻이다.
한중은 우선 핵심사업인 발전기 공장에서 수많은 프로세스를 통해 이같은
광의의 불량을 6시그마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를 위해 6시그마 요원들을 양성, 일선 부서를 지원토록 하고 있다.
6시그마 최고 전문가인 블랙벨트들이 제조공정의 전 과정에 개입하고 있다.
가공, 소재, 조립 등 현장 담당자들도 6시그마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얼마전 선진국의 업체와 제품 제조에 들어가는 맨아워(man hour)를 비교한
결과 기본적인 라인업에서는 제너럴일렉트릭(GE)과 시그마 레벨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터빈발전기 생산라인의 경우 한중은 4.24시그마(3천91PPM), 즉 1백만개중
불량이 3천91개가 나는 꼴이었다.
GE의 품질은 4.36시그마(2천88PPM) 수준.
한중은 시그마 수준을 2002년까지 5시그마(2백33PPM) 수준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올해는 6시그마를 통해 약 2천억원의 원가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한중이 6시그마에 관심을 둔 것은 박운서 사장 당시인 96년 무렵이다.
GE와 지난 76년부터 기술도입 계약을 맺고 일해온 한중은 그들의 경영스타일
을 벤치마킹 해왔다.
그러던 중 95년 GE가 6시그마 운동을 도입하자 한중도 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
97년 이를 도입, 인력양성에 치중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6시그마 아카데미로부터 6시그마기법을 전수
받았다.
당시 30명의 임직원이 6시그마의 원조인 마이클 해리 박사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았다.
또 GE사의 협조로 GE직원과 똑같은 정규 블랙벨트 과정도 이수했다.
2년간 6시그마를 연구해 자체 교재도 개발했다.
강사도 충분하다.
6시그마의 최고 전문가인 마스터 블랙벨트가 15명이나 된다.
사내강사가 자체적으로 블랙벨트 강사를 양성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한중 정도다.
여기에다 GE의 마스터 블랙벨트가 이를 도와준다.
이 때문에 한중은 국내 회사중 6시그마 인프라가 가장 잘돼 있는 회사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지만 6시그마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것은 올해부터다.
지난해 취임한 윤영석 사장이 경영혁신 운동인 MAP(Management Action Plan)
를 도입하면서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중요한 도구로 6시그마를 본격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윤 사장은 6시그마가 "영문판 MAP"라고 해석하고 있다.
MAP의 3천9백5개 프로젝트는 6시그마의 블랙벨트나 그린벨트의 프로젝트와
유사하고 거꾸로 6시그마의 프로젝트는 MAP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MAP에서는 6시그마 프로젝트를 MAP 프로젝트로 수용하고, GE
등에서는 MAP를 또 다른 6시그마로 이해하고 있다.
이는 6시그마가 경영관리의 효과적인 도구로서 기존의 경영혁신 운동에 접목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중은 GE에 공급하는 주요 발전설비를 중심으로 6시그마를 적용하던 것을
최근 전사적인 혁신테마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