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차관급 회담이 북한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연기됐다.

이 회담은 지난해 4월 같은 곳에서 있었던 차관급 회담이 결렬된 후
1년2개월만에 재개되는 공식 접촉으로 의제는 "이산가족 문제와 상호
관심사가 되는 당면 문제"로 정해졌었다.

따라서 이산가족들은 물론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기대를 걸던 국민의
실망이 클 것이다.

북한은 즉각 회담에 응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정상화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북한은 남한이 지난 해 주장했던 비료지원과 이산가족 문제의 연계를
포기하고 회담에 합의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파종기에 맞춰 이미 북한에 전달한 10만t의 비료와 다음 달까지 보내기로
한 나머지 10만t도 이같은 결단의 결과다.

우리 정부가 내부의 비판적인 견해를 무릅쓰고 과감하게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음에도 일방적으로 회담을 연기한 북한은 국제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것도 마지막 비료적재 선박이 북한에 도착할 무렵 비료를 전량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연기의 빌미로 내세운 것에 대해 누가 납득하겠는가.

지난 70년 5백46만명이던 이산가족 1세대는 지금 1백23만명으로 준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60세 이상의 고령이라 앞으로 10년 정도면 30% 이상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생이별한 가족들의 안부는커녕 생사조차 모른 채 50년을 살아온 이들의
고통이 얼마나 크겠는가.

북한은 이들의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문제를 더 이상 정치문제라고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인도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

지난 85년 9월에도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 교환"이 성사돼
남북의 이산가족 1백51명이 만난 적도 있지 않은가.

북한은 지난 2월초 남북사무소 연락관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 등 당국자와
정당, 단체 및 각계 인사 1백50여명에게 편지를 보내 "북남 고위급 정치회담"
을 갖자고 제의했었다.

이번 회담이 순조로워야 고위급 정치회담으로 가는 길도 열리고 우리의
기대대로 양측의 접촉이 장관급 총리급으로 격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우발적 무력충돌을 방지하는 방안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해체하고 평화를 정착하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 열림으로써 한반도에 탈냉전의 해빙바람이 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햇볕정책의 가시적 성과에 급급해 일방적인 연기 등
북한의 무리한 행태까지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줄 것은 주더라도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 원칙과 기준을 지켜야
한다.

햇볕정책이 무조건적인 유화정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북한에
인식시켜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