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견근로제는 시대적 흐름 ]

정병석 < 노동부 고용총괄심의관 >

지난해 2월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지 11개월이 됐다.

당초 파견근로제의 법제화는 노사간에 입장이 매우 대립된 사안으로서
지난 92년부터 이미 많은 논란을 겪었다.

기업측에서는 불확실한 경제환경과 기술변화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노동
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에서 파견근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반면 노동조합측에서는 파견근로의 허용은 <>중간착취의 합법화 <>상시
근로자를 파견근로자로 대체 가능성 <>노조활동 위축 등을 이유로 극력
반대해 왔다.

그간 파견근로의 파행적 운영가능성도 우려했으나 아직까지는 큰 무리없이
활용되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3월말 현재 근로자파견업 허가를 받은 업체는 9백86개소이다.

파견근로자는 4만5천여명,사용사업체는 4천7백여개에 이른다.

파견업체는 대단히 많이 늘어났으나 파견근로자는 그리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만 아직 많은 기업들이 인력채용에 매우 소극적인 상황인 만큼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파견근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지난 11개월간 파견근로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큰 문제점이 부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집단 임금체불 사례나 파견근로를 둘러싼 노사분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노사 쌍방이 파견근로의 취지를 잘 이해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파견근로자를 정해진 업무 외의 일에 동원하거나 파견대상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례가 있기는 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파견근로제는 큰 무리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실 근로자파견제도는 아직도 파견사업주나 사용사업주, 파견근로자 모두
에게 생소하고 그 내용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관련자간의 관계도 복잡한 데다 통상의 근로관계와도 차이가 많아서다.

아직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도 미흡하다.

노동부는 근로자파견과 관련된 홍보를 확대하고 법률해설집을 계속 발간해
이해를 높일 계획이다.

파견근로제는 그 기능으로 볼 때 긍정적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사용업체에서 파견근로자를 단순히 인건비 절감이나 정규고용에 따른
부담회피용으로 이용한다면 그 효과는 반감된다.

물론 생산성도 높일 수 없다.

파견근로자도 마지못해 근무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경험과 지식의 축적,
능력 향상 등의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본질적으로 파견근로는 "일시성(Temporary)"을 갖고 있다.

기업의 핵심 부분에는 정규근로자를 활용하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파견근로는 <>업무의 단속성(단속성) <>주문량 증가 <>예측치 못한 상황의
발생 등 일시적인 경우와 주변적 업무에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OECD는 최근 발간한 "OECD 고용전략 보고서"에서 파견근로는 고실업의
해소방안으로서 청소년실업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계속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파견근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의
파견근로를 항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결국 파견근로 제도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면서도 근로조건을 보호
한다는 다소 상반된 원칙을 조화시키는 방향에서 운용돼야 한다.

최근 경영계나 일부 학자들은 현행 파견법을 개정해 적용대상 업무를
늘리고 파견기간을 연장해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노동계에서는 파견근로의 상용가능성과 근로조건 악화 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파견제도 개선 여부는 파견근로의 부작용이 발생되지 않도록 운영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파견근로를 확대하려면 파견근로자를 정규직 근로자로 대체하거나 파견
근로자의 임금을 착취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되지 않도록 사업주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토대로 근로자들을 설득하면서 파견근로제도를 확대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형성하는게 선결과제다.

파견근로 운영에 대한 세밀한 실태조사도 필요하다.

노사 및 관련단체 등의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한뒤 현행 제도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파견근로 실태를 조사한 뒤 제도 전반의 운용상황을
평가할 계획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