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파견시장이 미래성장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가장 먼저 성장의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3월말까지 노동부로부터 근로자 파견업 허가를 받은 업체만 9백68개사
에 달한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의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시장규모도 연간 1조원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자파견업이 짧은 기간에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경제위기의 결과였다.

IMF 사태는 기업의 고용관행을 뒤바꿨다.

평생직장의 개념을 무너뜨렸다.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변화가 불가피했다.

필요할 때만 인력을 쓰게하는 새바람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공급측면에서도 변화의 물결은 거세다.

비정규직 근무를 선호하는 기술직과 여성들이 대거 노동시장에 진출,
파견근로자의 질적인 수준을 높였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파견제가 지난해 7월 법제화된 것은 사실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수요자의 자세는 완전히 달라졌다.

기업들은 채용과 해고 부담이 없는 파견근로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파견근로자 역시 IMF 한파의 와중에서도 손쉽게 취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싫어하지 않는다.

이같은 장점 때문에 근로자파견제는 "뉴밀레니엄형 고용시스템"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현황 =파견근로자 4만4천6백65명, 파견업체 9백68개사, 사용사업체
4천3백2개소...

지난 3월말 현재 인력파견업계의 중간성적표다.

지금은 파견업체의 수가 1천개를 넘어섰다.

파견대상업무도 과거에는 단순노무직 등에 한정됐지만 컴퓨터전문가 등
전문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근로자파견법이 시행되면서 인력파견업은 시련과 도약의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파견제가 법제화됐지만 업종과 기간 등을 제한함에 따라 기존 파견근로자들
은 오히려 서리를 맞았다.

특히 IMF한파로 파견근로자가 감원 0순위에 올라 30% 정도가 직장을 잃었다.

한국산업안전 등 파견업계의 정상급 회사들마저 부도사태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파견업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파견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규 진방템프 사장은 "지난 3월부터 점차 시장여건이 나아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정규근로자를 새로 뽑기보다 파견근로자를 쓰는게 낫다고 여기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는 지난 3월 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경총이 종업원 1백명이상인 사업체 1천3백50여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회사는 전체의 34%에 달했다.

그 이유로 <>인건비 절감 38.6% <>인사.노무관리 용이 34.1% <>일시적
업무량 확대 17.1% 등을 꼽았다.

이용회사중에서는 대기업이 55.1%로 중소기업(20.8%)보다 많았다.

<> 전망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파견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0.5%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이 비율이 2%대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따라서 당분간 국내 인력파견업은 매년 15%씩의 고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가치관 변화가 파견업의 발전을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비용절감을 위해 정규직보다는 임시직을,신입직원보다는 숙련인력을 선호
하기 때문이다.

채용에 드는 비용도 거의 없다.

업무량에 따라 투입인원을 신속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채용한 인력을 관리하는 비용도 덜 든다.

파견업에 대한 근로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

어차피 평생직장이란 신화는 깨진 상태다.

인력파견 회사를 이용하면 구직활동 기간도 줄일 수 있다.

파견직이긴 하지만 일만 잘하면 정규직 취업을 향한 "사다리"가 될수 있다.

미국의 경우 파견근로자중 정규근로자로 전환을 권유받는 비율이 38%에
이른다.

결국 능력문제 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 과제 =국내 파견근로자는 여전히 절반 가까이가 단순노무직에서 일하고
있다.

연구직과 영업직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핵심업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업무를 싼 값에 처리하기 위해 파견근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파견근로자의 재교육 문제가 중시될 수 없다.

그렇지만 파견근로자에게 보다 수준높은 업무를 맡기려면 교육 투자가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 파견근로 대상업무가 점차 숙련도가 높은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프랑스 아데코사의 경우 매출액의 2%를 파견근로자 교육에 재투자하고
있다.

파견업체의 영세성도 문제다.

물론 대부분의 업체가 토털인재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여기에 부합되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이같은 이유로 파견업의 새로운 시장 창출도 지연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내에 진출해 있는 선진국의 대형 파견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들을 통해 첨단 노하우와 교육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국내업계에도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력파견업계도 곧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
하고 있다.

< 최승욱 기자 swchoi@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