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 군사학회 부회장 >

일촉즉발의 고조된 위기속에 대치하고 있던 북한 해군 어뢰정이 아군함정에
선제공격을 가했다.

8일간의 영해침범에도 불구하고 자제하고 있던 우리 해군 고속정은 대응
공격에 나섰다.

마침내 북방한계선(NLL) 남방에 침입한 어뢰정 1척을 격침시키고 경비정과
어뢰정 수척을 대파함으로써 승전을 거두었다.

그동안 연평도 해안의 해안포와 항공기의 포격이나 폭격을 우려하여 약세에
몰려 위축되어 있던 우리 해군함정들이 과감한 카운터펀치로 적의 해상침공
세력을 보기 좋게 제압했다.

이제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다.

지금은 워치콘(watch-con) 태세가 선포돼 있다.

이 가운데 한반도에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미7함대의 항모전투단이 한반도 해역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단 교전이 멎은 현 상황에서 이번 사태 진전 과정을 재음미해
보기로 한다.

북한은 휴전협정 파기공세와 더불어 최근에 이미 4차례나 잠수함을
동.서.남해에 침투시킨 바 있다.

처음엔 우리 국방당국은 간첩침투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대처했다.

또 재발방지를 위한 국가차원의 사과나 약속을 받아내지도 못하였던 것이다.

이번엔 북한함정이 대거남침하여 일주일 이상 일진일퇴하면서 우리 해군의
밀어내기식 충돌이나 저지작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법자의 행태를
부렸지만, 우리는 인내와 관용으로 침착하게 선수공격을 자제해 왔던 것이다.

북방한계선은 휴전선의 해상연장선으로서 휴전협정이나 남북한 기본합의서는
물론 관습법상 쌍방간의 엄연한 현실적 국경선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를 무단침범한 것은 명백한 무력도발이다.

또 해상주권 침해로서 설사 사격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선행 군사도발
이다.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응징.보복의 무력행사가 수반되어야 했다.

그러나 국방당국은 대북유화정책 기조에 영향받아 북한이 먼저 사격을 하기
전에는 사격하지 못하도록 지시함으로써 현장에 배치된 해군 함정은 진퇴양난
에 처하여 우유부단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 함정들은 이번 북방한계선을 무려 10km나 뚫고 들어왔음에도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한국이 그들의 남방한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민간어선의 어로작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우리 영해를 자기 안방
드나들듯이 했다.

그들이 우리 영해를 침범하자마자 방송이나 위협사격으로 퇴각경고를 발한
다음, 지체없이 격침 또는 나포했어야 마땅했었다.

일단 호기를 넘긴 아군은 장기대결 태세에 돌입함과 동시에 유리한 작전
환경조성과 명분찾기에 고심하면서 침착하게 반격태세를 갖추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들이 우리를 얕보고 선제공격을 해오며 아군은 우세한
화력의 대응사격으로 일단 교전세력을 제압하는데 성공하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교전 시각직전에 판문점에서 장성급회담이 열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때 북한 대표가 교전시작 10분 이전에도 벌써 남한의 선제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허위사실을 미리 제시했던 것을 미뤄 봐 사전 계산.계획된
선제공격이었음이 확실해진 것이다.

교전결과가 보여주듯이 그들의 무기체계와 화력이 상대적으로 열세한
것이 입증되었다.

그동안 북한의 중무장.소형.다수함의 위력에 우리가 지나치게 겁먹고
있었으며 적을 과대평가하고 있었지 않나 하는 판단도 하게 된다.

이번 사태를 통하여 얻은 교훈과 재발방지를 위하여 우리가 취할 처방을
생각해 본다.

첫째, 군사력의 뒷받침없는 맹목적인 대북유화정책은 한계가 있으며
이솝우화가 현실정책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 국가도 한 이성적인 인격체이므로 정확한 상황판단과 건전한 의사
결정을 함으로써 시행착오를 가져오지 않아야 한다.

셋째, 북방한계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공군력의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연평도와 백령도에 해.공군 전진기지를 건설하여 적정세력을 상주시켜야
한다.

넷째, 북한의 파기공세에도 불구하고 휴전협정에 규정하고 있는 군사정전위
와 중립국감독위를 복원함으로써 해상분쟁을 미리 방지하고 유사시 유엔
안보이사회를 통한 집단적 자위권에 호소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다섯째, 장성급회담은 휴정협정에 규정된 바 없는 임시적 대화창구에 불과
하다.

남북한간의 대치국면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일조할지 모르지만 영해침범활동을 정당화시키거나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 오지 않도록 신중히 협상해야 할 것이다.

연평도 앞바다의 교전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재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억제는 상대방이 회복할 수 없는 보복을 당할 것이란 심리적 위협을 자인케
하여 스스로 선제공격을 자제시킬 때만 성립 가능하다는 것이 전략적 원칙
이다.

우리 해군력이 대북우위를 견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을
배분해야 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은 우리가 강할 때만 성립할 수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