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만에 치뤄진 인도네시아 민주 총선거에서 야당연합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메가와티가 이끄는 민주투쟁당은 이번 선거에서 뽑는 4백62개 의석중 40%
안팎을 차지, 제1당이 될게 확실하다.

그러나 어느 당도 단독으로 과반수를 확보하는데는 실패,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향해 주요 정치지도자들간의 후보각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약 36%의 개표가 이뤄진 상황에서 3개
야당(민주투쟁당 국민각성당 국민수권당)이 60% 정도의 득표율로 여당
골카르당을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최종 개표때까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으며
골카르당 대표는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패배를 공식 시인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3개 야당이 연립정부를 수립해야 하지만 불과 5개월을
앞둔 대통령선거와 맞물리면서 연합전선은 깨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대통령직을 둘러쌓고 각축을 벌일 후보로는 메가와티(민주투쟁당)
와히드(국민각성당) 라이스(국민수권당) 위란토(국군사령관)등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정국의 주도권은 최다의석을 가지게 된 민주투쟁당의 메가와티 당수가
쥘 것 같다.

전문가들은 그가 3개 야당은 물론 소수 정당인 정의당 월성당 등을 한데
묶는 "야권총연합"을 주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국을 수하르토의 잔존세력 대 민주세력이란 구도로 몰고 갈 경우 민주
지도자란 이미지가 강하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그가 향후 대통령선거에서도
우세한 고지를 차지할 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구도가 그대로 현실화된다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야심가로 알려진 국민수권당의 라이스 당수가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연합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는 3개 야당의 연합에 참여했지만 여당 골카르와도 결코 소원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줄타기를 해왔다.

어느 쪽과도 손을 잡을 수있는 성향인 것이다.

메가와티도 이같은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국민각성당의 와히드 총재
와의 결속에 보다 비중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와히드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이슬람종교단체(회원 4천만명)를 이끌고 있는
종교지도자다.

두사람은 개인적인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비비 현 대통령이 이끄는 골카르도 나름대로 연립을 통해 정권유지를
모색할게 분명하다.

비록 소수 정당이긴 하지만 개발통일당 민주당 정의통일당 등은 지분을
요구하면서 언제라도 골카르와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과거부터 정부 여당의 어용 전위부대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을 다 끌어모아도 골카르가 정권을 유지키는 쉽지 않아 결국은
굵직한 세력을 끌어들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못할 경우 골카르는 당 자체가 사분오열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같은 상황이기에 위란토 국군사령관에게는 유혹의 손길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는 군부몫으로 남겨져 있는 38개 의석의 지명권을 갖고 있다.

국민들의 인기도 높은 편이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5백명의 의원(선출 4백62명, 군부지명 38명)들을 확정
한후 여기에 2백명(지방의회대표 1백35명, 대통령지명 직능대표 65명)을
추가한 국민협의회를 오는 11월에 선출하게 된다.

대통령은 이 기구에서 투표로 결정된다.

< 박재림 기자 tr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