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4일 현 정부의 정국운영방식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자민련이 "6.3재선거"가
여권의 완패로 끝나자마자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박태준 총재는 5일 박태준 총재 등 당 중진들과 함께 정국수습방안을 논의하
는 자리에서 "김태정 법무부장관의 거취문제는 수뇌부에서 다시 논의, 빠른
시일내에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옷 사건과 관련, "범죄사실이 없다고 도의적 책임도 없다는 식의 여론
몰이는 민심을 외면한 것이다"고 지적하고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사람들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청와대측을
비난했다.

차수명 정책위의장도 "여론 조사를 통해 옷 사건이 언론의 마녀사냥이라고
입장을 정리한 청와대보좌진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그러나 "김 장관의 거취문제는 충분한 여론수렴의 과정을 거쳐 결정
해야 할 것"이라며 박 부총재의 조기결정 주장과 견해를 달리했다.

김용환 수석부총재도 "재선거를 통해 표출된 민심을 진지하게 읽어내고
겸허하게 대처하는 슬기가 필요한 싯점"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한영수 부총재도 "이번 사태는 국민연금 한.일어업협정 등에 옷 사건이
겹쳐 일어난 것인데 수뇌부가 대처에 소홀했다"면서 "김 장관이 즉각 물러
나는 것이 사태수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장관 퇴임론을 뒷받침했다.

박태준 총재는 회의 도중 김대중 대통령과 잠시 전화통화를 했을뿐 대부분
시간을 부총재들의 건의사항을 듣고 체크하는데 할애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당내에서는 자민련의 정서가 이제야 표출되기
시작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