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관리하는 자격시험이나 고시 등은 시험과 관련해 전과정이
자세하게 규정돼 있어 수험생은 이를 따라 준비하면 된다.

그러나 기업 등에서 실시하는 시험에서는 때로 엉뚱한 문제가 출제돼
응시자들을 괴롭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한번은 자기회사의 사원을 뽑는데 "화물을 묶은
밧줄 끄르기"를 시험문제로 낸 적이 있다.

응시자중에는 칼로 밧줄을 자르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꼼꼼하게 밧줄
을 풀었다.

그런데 그는 꼼꼼히 밧줄을 푼 사람들에게 모두 불합격 판정을 내렸고, 칼로
밧줄을 자른 사람만 합격처리했다.

그의 판정기준은 독특했다.

"지금의 세상은 스피드 시대다. 밧줄을 푸는데 시간을 다 보내고 나면 언제
사무를 보고 그밖의 일을 해낼수 있겠는가"

그에게있어서는 밧줄을 칼로 베어버린 사람이 더 능률적인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카네기가 사업을 하던 시대가 스피드 시대였다면 오늘날은 누가 뭐라해도
정보화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정보의 가치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게 인정받는다.

그래서 요즈음은 무엇을 안다는 "노우 홧(know what)" 보다 필요한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노우 훼어(know where)"가 더 값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우리네 각종시험이 정보사회에 걸맞지않게 아직도 기억에 의존해서 풀어야
하는 것이 많지만 카네기가 지금 살아있다면 아마도 컴퓨터로 정보를 찾아내
답하는 문제를 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쪽인 시험을 보는 측의 커닝(시험부정) 기술은 크게 발전하고
있는 것같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문자서비스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활용해 동료간에
시험답안을 보내주는 "사이버 커닝"이 번지고 있다.

한번에 한글 40~70자, 영문은 80자~1백40자 정도를 띄울 수 있어 먼저 답을
쓰고 나간 친구가 교실에 남아있는 여러 동료들에게 웬만한 시험답안은 쉽게
보낸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작성하는 컨닝페이퍼도 멀지 않아 사라질 것
같다.

"사이버 문화"의 확산이 어데에 까지 이를지 새삼 두렵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