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인가, 아파트인가"

서울 도심 요지에 호텔같은 서비스 시설을 갖춘 초고층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새 천년을 앞두고 급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주거양식이다.

호텔형 초고층 아파트의 원조는 대림산업이 서울 도곡동에서 오는 12월
입주예정으로 짓고 있는 대림아크로빌이다.

대림아크로빌 인근에는 삼성중공업의 쉐르빌과 삼성물산의 타워팰리스가
들어선다.

또 서초동 남부터미널 터에 현대건설의 서초타운 하우징 컴플렉스, 여의도
에는 대우건설의 트럼프월드,목동에 대림산업의 아크로빌과 부영 W그린타운이
각각 분양을 앞두고 있다.

호텔형 고층 아파트 건립붐이 일어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일상생활에 바쁜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주거형태다.

호텔형 아파트에는 대개 헬스장 수영장 골프연습장 세탁소 전문식당 등이
들어선다.

호텔에서처럼 음식 룸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쇼핑도 가능하다.

한 건물안에서 의식주가 해결된다.

원스톱리빙 개념의 아파트다.

때문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게 호텔형 아파트의 매력이다.

둘째 남하고 다른 나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고 있다.

호텔형 아파트는 비싸다.

평당 분양가격이 대개 1천만원을 웃돈다.

누구나 청약하기 힘들다.

부자들만을 위한 아파트에 산다는 위엄(prestige)을 내세우기 위해 청약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초고층 아파트의 조망권 프리미엄이다.

한강이 보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아파트값이 다르다.

다시말해 차별화된 입지여건이 아파트값을 갈라놓고 있다.

40층이상 아파트에서는 지금까지의 아파트에서 보지 못한 조망권을 갖게
된다.

야경도 다를 것이다.

외국 초고층 아파트의 경우에도 맨꼭대기층인 펜트하우스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 도쿄 시부야에 있는 40층짜리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가격은 약 40억원
이다.

여기에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호텔형 초고층 아파트는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다.

주상복합건물에 대한 건축규제가 풀려 주거면적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주상복합건물의 주거면적 비율을 최대 70%에서 90%로
상향조정했다.

지난 2월부터는 건축법 개정으로 상업용지내 공동주택의 일조권 기준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건물을 더 넓고 더 높게 지을 수 있게 됐다.

또 서울에서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은 많지 않다.

그런데 호텔형 아파트같은 주상복합건물은 도심 상업용지에 지을 수 있고
용적률도 1천%이상 적용된다.

건설업체는 높게 지을수록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초고층 아파트 건립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호텔형 초고층 아파트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아파트이기 때문에 미리
짚어봐야 할 점도 있다.

내부평면이 일반 아파트와 다르기 때문에 견본주택을 방문해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대체로 전용면적이 좁은 편이기 때문에 실평수도 꼭 따져보는게 좋다.

어떤 체제로 보안이 이뤄지는지도 챙겨봐야 한다.

참고로 대림아크로빌을 분양할때 청약자들의 최대 관심은 보안이었다.

나중에 되팔 때 거래가 잘될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초고층 아파트는 대개 도심 대로변에 들어선다.

때문에 소음 및 공기오염을 어떻게 방지하는지도 해당업체 직원들에게
확인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 김호영 기자 hy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