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30일 러시아 국빈 방문을 끝내고 다음 방문지인 몽골로
떠났다.

김대통령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은 4강외교의 마무리
수순이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 조정관의 방북등 시기의 미묘함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많은 분량을 할애하
고있음은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남북 당사자간 대화 원칙에 대해 러시아
가 지지를 표명해준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성과라 할 것이다.

때마침 금창리 핵의혹 관련 조사도 무리 없이 마무리돼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출현할 가능성이 점차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는
형국이다.

아직 북한의 명확한 입장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페리보고서가
제안한 포괄협상안이 북한에 의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전향적으로 수용되느냐
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급류를 타게될 가능성이 높다.

금창리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평가결과등 상황 전개에 따라 남북 고위급
회담등 다음 수순을 기대해 볼만한 싯점이라 할 것이다.

이번 한.러 정상회담은 경제분야에서의 협력관계를 복원하는데도 중요한
합의를 이루어냈다.

양국 정부간에 체결된 나홋카 공단개발 협정등은 비록 당초의 계획보다
축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연해주 지방에 대한 투자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고
이는 북한의 나진.선봉지역으로 연결되는 "개발의 벨트"로 확대재편될 가능성
을 남기고 있다.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역시 육상 파이프라인의 북한 지역 통과 등 북측의
협력이 없이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반도 문제의 국제적
연계성을 실감케 하고 있다.

물론 17억달러의 대 러시아 채권에 대해 이렇다할 결론을 내지 못했고
지난해 루블화 위기 과정에서 발생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대 러 채권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되지 못한 점은 문제로 지적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해법등 시급한 외교적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졌던 만큼 이들 문제에서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북한의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는 시기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4강 외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한반도 해법의 본격적인 다음 수순도
기대를 갖게 하다.

정부는 한.러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냉전구도 해체와 실질적인 경협확대로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주기 바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