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러시아는 수교10년간 주로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는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28일 한.러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면에서도 협력
기반을 마련, 두나라 관계를 한차원 높은 상호보완적인 동반자관계로 끌어
올렸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과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국가와 정부수반
차원에서 정기적인 협의를 갖기로 합의한 것은 이러한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김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옐친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의 대북포용정책
및 포괄적 접근방안에 대한 지지를 받아냈다.

이와함께 북한이 미사일과 핵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제거하는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확인했다.

김 대통령은 이로써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한반도 평화에 영향력을 발휘할
4대 강국과의 협력기반을 다지는 작업을 마무리지은 셈이다.

김 대통령은 옐친 대통령이 오는 12월의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방문, 두나라의 공동번영방안을
제시해 더욱 굳건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지난 94년 6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이후 여러 사정으로
소원했던 분위기도 털어줬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신뢰를 바탕으로 여러 경제분야에서의 협력 외에 옐친
대통령으로부터 햇볕정책의 지지를 받아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러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나홋카 한.러공단개발협정을 체결,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할 수있는 모델을 만든 것도 결실이다.

비록 소규모 공단이긴 하나 러시아측이 법인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의
세제감면혜택을 보장하는 등 제도적인 지원책을 줘 새로운 경협모델을
마련하게 됐다.

김 대통령이 러시아측에 구상무역을 통해 교역규모를 꾸준히 늘려갈 것을
제의해 러시아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것도 성과다.

김 대통령은 민간차원에서 구상무역이 이뤄질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구상
무역을 추진할 기관과 청산은행을 선정할 것을 제의했다.

이르크추크 가스전개발에 참여하는 문제와 관련, 한국이 단순히 가스를
도입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중국 일본 등과 함께 지분을 보유하는 개발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해 향후 협상에 반영되도록 한 것도 적지않은
소득이다.

그러나 최대의 현안인 대러시아 경협차관상환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매듭을
짓지 못했다.

구 소련과의 수교때 제공한 14억7천만달러 가운데 94년이후 도래분(원리금
포함 약 17억달러)에 대해 러시아측은 구소련때 채무라는 이유로 탕감해 줄
것을 요구했다.

우리측은 탕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러시아산 방위산업물자 등
현물상환을 앞당길 것을 요청했다.

형사사법공조조약 원자력협력협정 산업협력양해각서 등을 체결하여 두나라
협력관계의 법적.제도적 기반을 다진 것도 성과이다.

< 모스크바=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