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랑재후.

매미를 노리는 사마귀가 뒤에서 저를 노리는 황작이 있음을 모른다는
성어다.

자신의 힘과 지혜만이 전부인 줄 알고 함부로 까불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으로 치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에 가깝다.

영화 "엔트랩먼트"가 주말 개봉된다.

누구도 따라갈수 없는 솜씨의 두 도둑이 서로에 대한 함정을 파놓고 벌이는
하이테크 액션 로맨스물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들어서기 직전이란 시간설정이 신선하고 숀 코너리의
카리스마와 캐더린 제타-존스의 여성미를 절묘히 섞은 영화란 점에서
돋보인다.

맥(숀 코너리)은 예술적 안목을 갖춘 신출귀몰한 대도다.

이름난 예술품만을 골라 훔쳐내는 솜씨가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다.

눈에 띈 것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쪽같이 손에 넣고야 만다.

어느날 뉴욕에서 렘브란트의 그림이 도난당한다.

2천4백만달러란 거액의 손해를 보게 된 보험회사는 맥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매혹적인 미모의 보험회사 조사담당관인 진(캐더린 제타-존스).

실제는 맥에 버금가는 거물급 도둑인 진은 상관인 크루즈(윌 패튼)로부터
함정을 만들어 맥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영국으로 날아간 진은 맥에게 큰 건수가 있다며 접근한다.

둘은 진귀한 중국 가면을 전시하는 박물관에 개막무도회 초대손님으로 잠입,
원했던 가면을 손에 넣는데 성공한다.

맥은 진의 정체를 알고 있지만 더 큰 범행의 제안을 받아들여 곧바로
예행연습에 착수한다.

콸라룸푸르에 있는 세계 최고층의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에 있는 국제결제
은행의 허점을 파고들어 80억달러를 인출한다는 것.

두 사람은 은행의 보안체계를 무사통과할 수 있도록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밀레니엄 며칠전 콸라룸푸르로 날아간다.

둘은 전세계 국제결제은행이 Y2K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컴퓨터망의 가동을
잠시 중단한 틈을 이용, 작전에 들어간다.

그러나 맥은 진이 상상도 하지 못할 진짜 함정을 파놓고 있다.

영화는 액션보다 두 주인공이 알게 모르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을 잇는 41층 스카이 브리지에서의 탈출모습 등을
포함한 액션장면은 전반적으로 힘이 부족했다.

대신 캐더린 제타-존스의 여성적 매력을 부각시켜 그 틈새를 메웠다.

단순한 플롯으로 인해 극 후반까지 다소 지지부진한 느낌.

FBI가 진짜 도둑인 진을 잡으려고 맥을 조종해 파놓은 더 큰 함정이
밝혀지는 마지막 순간의 대반전이 이 영화에서 느낄수 있는 묘미중 하나다.

"카피캣" "서머스비" 등을 만든 존 아미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리 주커와 공동으로 "적과의 동침" "천국보다 아름다운" 등으로 알려진
론 바스가 각본을 썼다.

< 김재일 기자 kji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