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하는 러시아에 특유한 것으로 트로이카(troika)가
있다.

세마리의 말이 끄는 썰매나 마차를 가리키는 말인데 요즈음은 정치 경제
또는 사회현상을 설명할때 자주 원용되는 표현이다.

한국경제에 이 비유를 적용해 본다면 마차의 주인이자 손님인 국민들을
객석에 태우고 최고 통치자인 마부가 경제장관에 해당되는 말들을 지휘
독려하며 달려나가는 그림이 그려진다.

거시적으로 보아 한국경제라는 3두마차를 이끌어가는 세필의 말들은 곧
재정경제부장관 기획예산처장관, 그리고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들을 의미
한다고 볼 수 있겠다.

각각 전체적인 경제운용방향,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입안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는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들 이외에도 경제운용에 있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사로서 공정거래
위원회 위원장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는 주로 미시적인 정책을 다루고 있으며 후자는 직접 말이 되어
달린다기보다는 마부의 옆자리에서 조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새로 만들어진 경제정책조정회의도 재경부장관이 의장직을 맡고 나머지 두
사람이 핵심 멤버가 되어 운영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한 DJ정부의 제2기 내각 진용, 특히 트로이카의 면면에
관하여 기대와 우려가 섞여 나오고 있다.

이들을 좋게 보고 기대하는 쪽에서는 각자가 행정능력과 경험면에서 탁월한
인재들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말로 치자면 오추마나 적토마쯤 되는 준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우수한 만큼 개개인의 고집과 개성 또한 강하다는 점을 들어 경제팀
내의 마찰이나 불화 가능성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팀워크가 너무 잘 이루어질 경우 수재관료인 이들이 관치경제
의 부활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새 경제팀의 출발에 즈음하여 말들은 물론이고 마부와 손님인 국민들까지
유념해야 할 일들을 몇가지 짚어보기로 하자.

경제팀이 첫째로 해야 할 일은 우리경제의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해보고
필요하다면 향후의 진로나 속도 조절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YS 정부때 경제마차는 외환위기라는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말았었다.

지난 1년반동안 정부와 국민들은 마차를 건져 올리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고 어느 정도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수도 없지 않았다.

함정에서 빠져나온 마차와 손님들의 상태를 살펴보고 방향과 일정을 새로
잡아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새 경제팀의 과제인 것이다.

정부쪽에서 개혁이라는 목표만을 생각한다면 갈길이 멀다는 조바심때문에
마차를 더욱 급하게 몰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기진맥진한 손님들에게는 휴식과 음식을 제공하여 활력을 되찾게
하는 것(경기부양)이 필요하다.

다만 도가 지나쳐서 정책운용이 방만해지면 마차가 오도가도 못하거나
구덩이로 다시 떨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팀내의 대립이나 마찰을 줄이고 경제정책의 조정능력을 높여
나가는 것이 긴요하다.

트로이카의 세 말들이 가지런히 보조를 맞추어 나가야 마차가 제대로 움직일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잘 알아서 할 일이기도 하지만 마부로서는 이들의 업무분장을
분명히 해주어 분쟁의 소지를 없애야 할 것이며 말들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심을 유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셋째로 말과 마부의 관계를 점검해 보아야 하겠다.

독재나 권위주의 정부때에는 주로 마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말들이
맹목적으로 달려나가는 방식이 채택되었고 단기적으로는 효율성도 높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런 방식이 장기적으로 큰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은 여러차례
확인된바 있으며 사회 모든 부문에서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시점
에서는 통용되기도 어려운 것이다.

적어도 경제정책 수립과정에 있어서만큼은 말과 마부가 대등한 관계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친다는, 보다 민주적인 관행이 정립되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정치논리가 비집고 들어 경제의 진로를 방해할 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학자들은 빠지고 직업관료출신만으로 구성된 새 경제팀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주문하고 싶은 것은 관치경제로의 후퇴를 막고, 관료주의의 병폐를 일소해
달라는 것이다.

이번의 경제팀을 드림팀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박정희 정부 전성시대의 트로이카체제(남덕우 부총리, 김용환 재무부장관,
최각규 상공부장관)를 능가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잠재력이 실현되어 마차가 성공과 번영의 가도를 달리게 됨으로써
IMF체제에 찌들었던 국민들이 다시 안락한 여행을 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