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시언 모형의 암묵적인 가정은 사람들이 한 번 속았어도 똑같은 반복된
일에 계속해서 속는다는 것이다.

루카스가 거시 경제학에 미시적 기초를 더하는 과정에서의 진수는 합리적
기대가설의 도입이다.

합리적 기대가설은 1960년대 초에 쟌 무스에 의하여 처음 이론화됐다.

하지만 그의 모형은 하나의 시장만을 대상으로한 부분균형이론이었던데
반해 루카스는 정치화된 일반균형 모형하에서 합리적 기대가설을 체계적으로
생각함으로써 그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가정은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합리적인 선택이란 목표가 주어졌을 때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
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가정이 거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유는
합리성이란 전제없이 경제현상을 설명한다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경제 현상이 있다고 하자.

이에 대한 설명은 단순히 경제주체들이 그런 행동을 할 정도로 비합리적
이다라고 이야기한다면 더이상의 설명이 필요없게 된다.

즉 모든 현상은 그때 그때의 비합리적인 현상으로 이해될 뿐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도 잘 살펴보면 그런 현상이 생기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즉 경제주체들의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로 일견 비합리적인 현상이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큰 원리하에서 다양한 현상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과학으로서 경제학의 덕목인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상은 단순히 그것이 미래를 예측하는데 의의가 있을뿐
아니라 그 예측을 기초로 현재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

즉 1년후 나의 소득이 급감하리라고 예상한다면 지금 당장의 나의 소득이
변함없더라도 나는 미래의 소비를 위하여 당장 현재의 소비를 줄이려 할
것이다.

루카스 이전의 경제학자들도 경제학의 대상이 합리적인 경제주체들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지만 유독 그러한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미래에
대해 예상을 하는가에 관해서는 매우 비합리적인 가정을 했다.

그 한 예가 적응적 기대가설인데 그것은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예상할 때
새로운 정보를 이용하지 않고 오직 과거의 예상이 현재 실현된 값과 얼마나
차이를 보이는가만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위의 예에서 나는 미래의 소득이 현저하게 줄 것이라고 예상
해도 나의 현재 소비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런 가정은 경제학에서 다른 부분에서 가정하는 합리성과 정면으로 배치
되며 따라서 그 논리적 일관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합리적 기대가설은 경제주체들이 사용 가능한 모든 정보들을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사용하여 미래에 대한 기대를 형성한다고 가정한다.

루카스는 그의 대표적인 1972년 논문에서 합리적 기대가설 가정하에 화폐
정책이 실물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이 논문은 화폐정책의 역할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되는 전기를
마련했으며 그 후 연이은 그의 저작들은 합리적 기대가설이 다양한 경제현상
을 설명하는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주었다.

그 결과 근자에는 자칭 케인즈안의 이론을 신봉한다는 사람들 조차도
합리적 기대가설만은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게까지 되었다.

신관호 <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khshin@kuccnx.korea.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