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게임에 나이가 따로 있나요''

인천광역시 남동구에서 치과의원을 운영하는 치과전문의 김의수(38) 원장.

진료시간이 끝나는 오후 7시쯤 되면 으레 컴퓨터 앞에 앉는다.

''라미우스''라는 화려한 게이머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잠시 채팅을 하고 있는 사이에 약속이나 한듯 ''새돌''(이원구.42), ''타이거''
(이성민.39), ''미녀아빠''(박용범.38)가 속속 입장한다.

두루넷 게임동호회의 소모임(clam)인 ''노친네 에이지 클럽(NAC)''의 멤버들이
사이버공간에서 모두 모인 것이다.

인터넷 네트워크 게임의 일종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를 하기 위해서다.

게임이 시작되면 2~3시간은 금세 흘러간다.

이들은 연세대 치대 선후배 사이.

예전에는 함께 골프를 치러 가고 술도 즐기곤 했으나 이제 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게임이다.

만나기만 하면 온통 어떻게 하면 "에이지~"를 더 잘 할수 있을까 하는 얘기
뿐이다.

"전문직에 있는 "노땅"들이 무슨 게임이냐고 핀잔도 많이 듣지요. 그러나
젊은 고수들을 통쾌하게 무찔렀을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게임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김 원장의 말이다.

그가 "에이지~"라는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빠져들게 된 것은 지난해 두루넷
인터넷서비스에 가입하고부터.

인터넷을 통해 젊은이들과 접해보고 싶어 게임동호회에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됐다.

김 원장의 권유로 참여하게 된 나머지 멤버들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만한
게임마니아들이 됐다.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퇴근도 하지않고 게임에만 매달리자 가족들이 불만스러
워 하지만 이들은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다.

부산에서 외과전문의로 종사하고 있는 이봉학(42)씨도 소문난 네트워크게임
광.

이씨는 조만간 친구들을 모아 "노친네 클럽"과 일전을 벌일 계획이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스타크래프트"등 네트워크 게임은 더이상 10~20대
의 전유물이 아니다.

골프나 바둑 등산같이 "고상"한 취미를 즐길법한 마흔살 전후의 "아저씨"
게임족들이 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서비스업체인 두루넷이나 PC통신인 유니텔 나우누리등의 게임
동호회에는 30대후반 이상인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노친네 에이지 클럽"같은 그들만의 소모임도 잇따라 결성되고 있다.

인터넷게임방에서도 젊은 층 사이에서 열심히 네트워크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아저씨"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서울 일원동에서 게임방을 운영하고 있는 공진호씨는 "예전에는 온라인으로
바둑이나 두고 가는 게 고작이었으나 요즘은 청소년들 못지않게 네트워크게임
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퇴근후 단체로 몰려와서 게임을 하는 경우
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게임이 이처럼 40대전후 세대들에게까지 파고드는 이유에 대해
당사자들은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네트워크게임은 혼자 컴퓨터를 상대로 싸우는 비인간적인 전자오락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벌이는 인간적인 게임이다.

그러면서 "지능"이 요구되는 전략을 겨룬다는 점에서 잠재돼 있는 승부욕을
자극시킨다.

바둑이나 장기같은 "지능게임"에 익숙한 사람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는
요인이다.

또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과 채팅을 하기도 하고 팀별 경기도 가능하기
때문에 모임간 화목도 다질 수 있다.

특히 젊은 게이머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오는
"젊어지는 느낌"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게임중독증에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아저씨"게임족들은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이다.

골프나 바둑등에도 한번 재미를 붙이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한때"가
있듯이 네트워크게임도 마찬가지라는 것.

오히려 다른 취미활동 이상으로 네트워크게임이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고 당당히 주장한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