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흔히 눈요기거리로 지나치는 많은 장면에는 첨단 과학이 녹아있다.

특히 SF영화나 액션 영화에는 현대의 각종 최첨단 디지털 기술 등이 동원
된다.

영화에 사용된 디지털 기술은 많은 영화 제작자들이 꿈꾸어 왔으나 그동안
불가능했던 영상을 "현실"로 바꿔주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의 전투 장면을 위해 제작자들은 조그만 우주
전투기의 모형을 만들었고 블루스크린이라는 푸른 배경 위에서 그 모형들을
손으로 움직여 촬영했다.

그리고 따로 촬영한 배경과 그 장면을 합성함으로써 우리가 보았던 우주에
서의 전투장면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스타워즈" 시리즈가 처음 개봉되던 당시 동원된 기술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극히 초보적인 것이었다.

이후 첨단 기법의 발전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지난 19일 미국에서 개봉된
"스타워즈" 최신작 "스타워즈 Epsiode1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더 이상 막대기에 매달려 푸른 하늘을 나는 우주 전투기
모형을 촬영해 그대로 사용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모형을 사용했다 해도 그렇게 촬영한 장면을 실사처럼 느껴지게 하는
디지털 기술로 완벽히 보완했다.

이 영화에는 또 컴퓨터 속에서 그래픽 기법으로 만들어진 우주 전투기들이
가상의 우주 공간에서 전투를 벌인다.

이같은 기술은 제작자들뿐 아니라 관객들마저도 당연스레 여길 정도로
사실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다.

이 때문에 간혹 영화속에 등장하는 어쭙잖은 특수효과는 관객의 냉소를
받게 된다.

"스타워즈"처럼 특수효과가 사용된 영화 외에도 진짜 첨단과학이 담겨진
영화가 있다.

"간첩 리철진"이 그런 경우다.

이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첨단과학과는 아주 동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유전공학이라는 첨단과학이 소재로 등장한다.

리철진이 북에서 내려온 이유가 바로 굶주리는 인민을 위해 "슈퍼돼지
유전자"를 입수하기 위해서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최근의 대부분 영화에서는 이처럼 첨단 과학을
훌륭한 소재로 이용하고 있다.

어쨌든 "간첩 리철진"에서는 첨단 기술이 영화 스토리에 좋은 포인트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첨단 기법이 발전하면서 영화속 곳곳에서 첨단 기술을 보는 관객의 시각에도
차이가 생겨나고 있다.

오래전 SF영화를 보면서 "저건 영화니까 되는 말이지"하고 생각했던 게
요즘은 "언젠가 우리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일"로 여겨지는 현상이다.

"간첩 리철진"을 보면서도 적어도 슈퍼돼지 유전자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
서는 의심을 품지 않을 것이다.

첨단 기술은 말 그대로 머나먼 첨단의 끝에 존재하는 것만은 아니다.

"스타워즈"에서와 같이 우리의 상상을 눈앞에 보여줄 수도 있고 "간첩
리철진"에서와 같이 굶주린 북의 동포들을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은 바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만큼 우리는 첨단 기술이 생활속에 녹아들어 있는 사회에 살고 있는게
아닐까.

고지훈 <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영화동아리 은막 회장(원자력공학과 2년)
pania@cais.kaist.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