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 출신들의 경제장관시대가 열렸다.

강봉균 재정경제부장관 진념 기획예산처장관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등
핵심 경제부처장관이 기획원 출신이다.

이기호 전 노동부장관이 경제수석비서관이 된다면 재무부출신인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과 정덕구 산업자원부장관을 빼곤 기획원출신이 경제부처를
장악하는 셈이다.

80년대초 옛 재무부를 기획원출신이었던 강경식 이형구씨가 잡았던 이후
기획원시대가 다시 도래했다.

맏형은 진 장관이다.

전북 부안출신인 진 장관(고시행정과 14회, 62년 합격)은 군산 출신인
강 장관(행시 6회, 68년 합격)보다 나이는 3살 위, 고시년도로만 치면 6년
선배다.

진 장관은 97년말 기아자동차 회장을 맡았을때 당시 정보통신부장관이던
강 장관에게 산하기관 차량을 기아자동차로 써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둘
사이는 편한 관계다.

두 사람은 5공화국시절 경제기획원 기획라인의 중추로서 동고동락을 같이
했다.

진 장관이 83년부터 88년까지 경제기획원 기획차관보를 맡았을때 강 장관이
기획국장으로 진 장관을 모셨다.

이미 진 장관이 종합기획과장 시절 강 장관이 그 밑에서 총괄계장으로
손발을 맞춘 상태였다.

진-강 기획라인은 3저호황 덕에 경제가 나아졌지만 노사분규가 봇물처럼
터지면서 막판에는 편할 날이 없었다.

기획국 종합과장을 지냈던 장승우 금융통화위원은 "85년 외채위기설도
돌았지만 86년부터 3저호황을 맞아 경제가 좋아졌다"며 "3저호황이 낳은
흑자를 제대로 관리하고 노사분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기획라인의
숙제였다"고 회고했다.

이기호 전 노동부장관도 당시 기획국 과장으로 진 장관및 강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기획국장을 맡은 기준으로 기획라인을 보면 강봉균-김인호-한이헌-이기호-
장승우로 이어진다.

진 장관은 기획국장을 하지 않고 기획차관보만 5년 가까이 맡았다.

전윤철 위원장은 당시 예산쪽에서 일했다.

기획원 출신의 경제부처장악은 기획원의 속성을 반영한다.

경제정책의 큰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부처와 항상 함께 일하기 때문에 정책
조정기능에서 다른 부처출신보다 앞선다.

특히 개방적이다.

다른 부처로 옮겨도 그리 섭섭해 하지 않는다.

안으로 똘똘 뭉쳐 막강한 힘을 발휘하다가 상처를 입는 옛 재무부 출신과는
딴판이다.

재무부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축구시합을 하는 반면 기획원사람들은
다른 부처와 야구시합을 하곤 했던 것도 그런 속성차이를 보여준다.

국회의원도 기획원출신이 많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