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잔치"가 한창인 실리콘 밸리를 향해 "버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들어 실리콘 밸리에는 증시 호황의 여파로 미국 전역에서 부동자금과
벤처 캐피털들의 뭉칫돈이 몰려들면서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은 기업들의 기술력이나 경영실적을 기반으로 했다기보다
풍부한 "현금 유동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버블이 붕괴되면 대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컴퓨터 관련업체인 네트워크 컴퓨팅사의 미첼 커츠먼
회장의 말을 인용, "실리콘 밸리에는 돈이 몰리면서 진정한 창의력보다는
백만장자의 꿈을 꾸는 욕심쟁이들만 넘치고 있다"며 버블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했다.

이에앞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실리콘 밸리
의 주요 업종인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버블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난 2월과 4월 두차례에 걸쳐 실리콘 밸리 첨단업종들의
주가가 10%씩 폭락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실리콘 밸리에는 버블 경고를 무색케하는 뭉칫돈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1.4분기 3달동안 이 지역 벤처기업 2백13개사는 17억달러를 외부에서
끌어들였다.

전분기보다 42% 증가한 수준이다.

작년 같은 때보다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벤처기업 1개사당 8백10만달러(약9백90억원)를 유치한 셈이다.

특히 인터넷 관련업체들에 대한 전망이 좋아지면서 전체 투자액의 50%가
이 분야 업체들에 몰렸다.

주식 시장을 통해 들어오는 돈도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액을 넘어섰다.

이에따라 실리콘 밸리는 "돈잔치"가 한창이다.

컨설팅업체인 어드벤스트-HR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신생
벤처 기업들은 발행주식중 21~23% 정도를 직원들에게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중역들은 기본급의 30%에 해당하는 현금 보너스를 받고 있다.

신생업체지만 임금만큼은 포천 1000대 기업 수준이다.

이같은 돈 잔치속에 실리콘 밸리는 "신기술"보다는 "일확 천금의 꿈"을 쫓는
금전 물신주의자들의 소굴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 실리콘 밸리에서는 "내가 18개월안에 백만장자가 되지 못하면 이
바닥을 뜨겠다"고 호언하는 젊은이들을 어렵쟎게 만날 수 있다.

전에 없던 "정치문화"도 꽃피고 있다.

즉 "정치 무관심"의 정서가 주도했던 실리콘 밸리에서 이제 젊은이들은
기술개발보다 자금유치를 위해 벤처캐피털들에게 "로비"를 펼치는 정치꾼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 실리콘 밸리=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