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시장을 발굴하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처음으로 "1백만 일자리 창출운동(OMJ)"을 주창할때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EABC는 이렇게 주장했다.

당시 숨어 있는 시장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던게 선물 옵션등 파생상품시장.

속성상 무궁무진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파생상품시장을 활성화하면 그에
비례해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주장이었다.

그 주장은 이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96년 주가지수선물시장이 열리면서 3년만에 줄잡아 1천여개의 일자리
가 창출됐다.

지난 4월23일 한국선물거래소가 개장되면서 6백여개의 일자리도 새로
생겼다.

선물거래규모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일자리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의 영역은 끝이 없다.

선물과 옵션이 결합하고, 현물환시장과 달러선물시장이 유기적으로 결합
되면서 수많은 파생상품이 쏟아진다.

파생상품시장이 발달할수록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창출되는건
당연지사다.

따라서 OMJ를 위해 파생상품시장을 육성하는건 당위다.

그러나 한국의 선물거래는 아직 초보단계다.

주가지수선물시장은 개장 3년만에 세계 2위 수준으로 커지긴 했다.

그렇지만 부산에 위치한 한국선물거래소는 말그대로 지지부진하다.

이같은 현상은 역설적으로 선물 등 파생상품시장이 무궁무진한 일자리를
만들어 낼수 있다는걸 의미한다.

<> 주가지수선물시장의 성공 =주가지수선물시장은 지난 96년 5월3일 개장
됐다.

미래의 주가지수를 현재에 사고 파는게 주가지수선물이다.

개장 초기만 해도 까다로운 선물거래로 인해 파리를 날렸다.

하루 거래량이라고 해봤자 3천계약 남짓, 거래대금은 1천5백억원에 불과
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30여개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선물시장에 뛰어 들었다.

개인들도 주가지수선물에 푹 빠졌다.

기관투자가들도 주식투자에 대한 위험을 주가지수선물로 회피할수 있다는데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불과 3년만에 세계 2위규모로 성장했다.

주가지수 선물의 하루 평균 약정수량은 8만계약.

거래량만 따지면 미국 S&P 500지수에 이어 세계 두번째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올들어 3조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현물주식의 거래대금과 맞먹는 규모다.

이렇듯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새로운 일자리도 엄청나게 쏟아냈다.

선물옵션 전담 직원만 1천명으로 불어났다.

30여개 증권사들은 대부분 본사에 선물옵션부를 두고 있다.

이들은 선물옵션시황을 분석하고 브로커역할을 한다.

직원은 회사당 20명 안팎이다.

여기에 그치는게 아니다.

큰 영업점은 대부분 선물옵션 전담직원을 두고 있다.

주가지수선물에 참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면서 2명이상으로 늘리는
증권사도 상당수다.

현물시장에 참여하는 직원들도 대부분 선물거래를 취급하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지수선물이 창출한 일자리는 수천개에 달한다.

<> 걸음마 단계인 한국선물거래소 =부산에 위치한 한국선물거래소는 지난
4월23일 문을 열었다.

현재 취급하는 상품은 원.달러선물 원.달러옵션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선물
금선물 등 네가지.

오는 7월부터 국고채 금리선물도 거래된다.

주가지수선물과 함께 모든 선물과 옵션을 취급할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선물거래에 참여하는 선물회사는 고작 11개다.

국내에 13개의 선물회사가 있지만 2개는 해외선물에만 주력한다.

전산망도 위태위태하다.

증권사 등 기관들의 참여도 저조하다.

특히 국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서 기업들도 환율및 금리의 위험
회피에 대한 절박성이 아직 없다.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탓에 아직은 개점휴업상태다.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14일까지의 거래량은 1만1천7백89계약(거래대금
3조6천1백22억1천7백만원).

하루평균 7백86계약(거래대금 2천4백8억1천4백만원)에 불과하다.

창출된 일자리도 겨우 6백여개다.

11개 선물회사에서 5백여명이 일하고 있다.

선물거래소와 선물협회등 유관기관에서 1백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선물거래가 활성화된다면 엄청난 일자리가 만들어질 전망
이다.

당장 선물회사들이 새로 생기게 된다.

기존 회사들도 직원수를 늘려야 한다.

기업과 금융기관들도 선물담당부서를 둬야 한다.

선물거래소에 상장되는 상품수가 늘어날수록 관련 일자리 창출은 무궁무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비한 예비인력도 착실히 양성되고 있다.

선물협회가 개설한 "선물전문과정"엔 매일 5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그나마 자리가 모자라 인원을 제한할 정도다.

수강생도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 과제와 전망 =관건은 역시 선물거래의 활성화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위험회피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선물거래소의 상품거래도 다양화해야 한다.

거래상품을 4개로 국한할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시카고 선물거래소처럼 보험선물(Insurance Futures), 파산선물(Bankruptcy
Futures), 기후선물(Climate Futures) 등도 거래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제도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선물거래에 활발히 참여할수 있도록 수수료체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불안하기만한 전산망을 안정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그렇게되면 선물거래를 통해 새로 만들어질 일자리만 줄잡아 1만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도움말 주신분 =이종남 한국선물거래소 이사장,
리처드 맥도널드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이사,
손상렬 한국선물협회부회장,
김경희 국민선물사장,
이용재 증권거래소 선임연구위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