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5백여명을 싣고 지난 17일 동해항을 떠나려던 현대 풍악호가
끝내 출항하지 못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운항중단을 요구한 탓이다.

풍악호는 처음 출항한 지난 15일에도 북측의 거부로 장전항 입항이 장시간
지연됐었다.

지난 1월말에는 현대측의 관광비용 송금지연을 이유로 북한측이 박지원
청와대 공보수석 비서관이 승선한 금강호의 장전항 입항을 거부함으로써
1천여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공해상에서 장시간 머문 적도 있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난해 11월 첫 배가 뜬 이후 풍악호 사태로 6개월만에
최대 고비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같은 북한의 조치가 무엇을 노린 것인지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북한은 운항중단의 사유가 지난 3월 하순 인도양에서 일어난 현대듀크호와
북한의 만폭호 충돌사건과 관계가 있다며 사고에 대한 현대측 대응에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로선 터무니없게 들린다.

선박충돌로 37명의 북한 선원이 숨진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발적인 사고일 따름이다.

그 보상문제 역시 전문지식을 지닌 보험사가 떠맡는 것이 보편적이고도
국제적인 관례이다.

현대 역시 진작 사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했었다.

이런 표면적인 이유보다 북측이 풍악호 운항에 따른 대가를 더 얻어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추측도 있으나 이 또한 선의의 계약관계나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현대와 북측간의 계약에는 관광선 척수에 관한 어떠한 제한도 없기 때문
이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금강산 관광사업의 차질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추진할 광범위한 남북협력사업 전반에 걸쳐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측도 얻을 것이 없다.

지금까지 현대가 북측에 지불한 관광비용이 이미 1억달러를 넘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남북화해와 관계개선, 민족간의 협력이란 큰 뜻을 지닌 금강산 관광사업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차질을 빚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정부와 현대측에 북측과 좀 더 완벽한 계약과 협약을
갖춰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관광조건도 보다 자유롭게 완화해야 한다.

배에서 사진 한 장 찍어도 카메라를 몰수당하거나 수백달러의 벌금을 무는
현 시스템도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아직껏 현대와 북측이 관광객의 신변보호나 사고에 대한 대책 등도 아직
합의하지 못한 상태가 아닌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불상사에 대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