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2000년 1월 1일, 지구상에서 새 밀레니엄의 첫 햇빛을 받는 곳은
뉴질랜드의 피트섬이다.

뉴질랜드 동쪽 8백km 지점의 태평양에 떠 있는 이 조그마한 섬은 2000년대
첫 햇빛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떼부자가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고 한다.

이 섬을 관할하는 지방정부는 연방정부가 밀레니엄 첫 일출에 대한 TV
방영권을 갖는 대신 7만5천달러를 주겠다고 하는데도 더 달라고 배짱을
부리는 모양이다.

매일 뜨는 태양이고 인간의 편의에 따라 만들어진 시간개념이지만 사람들은
이처럼 시간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최근 국내 일부에서는 "도쿄 표준시에 맞춰져 있는 우리 나라의 표준시를
서울 기준으로 다시 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지구상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현실세계의 표준시는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드는데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또 다른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네티즌들에게 나라마다
다른 시간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무역회사 사무실에 각국의 시각을 표시하는 여러 개의 시계가 걸려 있듯이,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인터넷 채팅을 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화면 귀퉁이에
그 나라 시계를 띄워놓기도 한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MIT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의 말처럼
네티즌들은 사이버세계를 통해 모두가 평등하기를 원한다.

그러기에 어떤 제약도 원하지 않는다.

나라별로 시간이 다른데 따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 표준시"가
제정됐다.

시계회사인 스와치사는 본사가 있는 스위스 빌에 새로운 자오선을 긋고
인터넷 표준시를 제정했다.

인터넷의 시간단위는 "비트(beat)"라고 하며 "@"로 표기한다.

하루를 1천비트로 나누어 1비트는 현실 시간으로 1분 26.4초에 해당한다.

정오는 "@500"이 된다.

인터넷 표준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자 스와치사는 "인터넷비트
시계"를 만들어 팔고 있다.

이래저래 인터넷은 무궁무진한 돈 벌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시각개념의 변화를 살펴보자.

농경시대에는 "점심때쯤 만나자"고 하는 "아날로그식" 개념으로 족했다.

산업화시대에는 "오후 1시 30분에 만나자"는 "디지털식" 개념이 필요했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사이버 세계에서 변화될 시각개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비록 현실세계에서는 그들의 밤낮이 다르더라도 이제 인터넷타임으로
네티즌들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우리
@900시에 다시 접속해 만나자고".

시간 외에 하나의 세상을 가로막는 장벽인 언어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진행중이다.

유엔대학연구소라는 곳에서는 인터넷 공용어인 "만국네트워킹언어(UNL)"
개발에 착수했다고 한다.

세계 1백50개 언어를 자국어로 번역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완성돼도 언어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까지 완벽히
번역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인 영어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
하다.

현재로서는 인터넷에서 시간의 표준화 문제만 해결된 상태다.

아무튼 네티즌들의 시계가 인터넷 표준시에 맞춰지는 것은 인터넷이 인류
에게 삶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표준에 우리를 맞추지 않고는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없다.

세계 속에서 살려면 세계의 흐름을 보아야 하고 세계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을 항상 주시하면서 활용해야 한다.

< arira@mic.g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