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 조달 여건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 한다. 최근에는 국제 가산금리가 1%
수준까지 떨어지고 한국 금융기관의 국제 금융시장 복귀도 점차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일본계 자금이 빠른 속도로 돌아온다고 하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자금대여를 완전히 끊었던 일본 금융기관들이 우리 금융기관에 대해 자금을
제공하기 시작했고 도쿄 현지에서는 일본과 우리 금융기관 사이에 콜자금
거래도 재개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계 자금의 대출 재개는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 크레디트라인 복원의
마무리 수순이라는데서 특별한 관심을 끈다고 하겠다. 굳이 한은 관계자들의
설명을 빌리지 않더라도 일본 금융기관들은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은행들 중에서는 가장 늦게 우리나라에 대한 크레디트 라인을 복원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국제 금융시장 복귀 가능성을
최종 확인시켜 주는 일면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일본 자금의 환류를 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계 자금은 지난 97년 상반기 우리 금융기관들에 대한
대출을 급격히 회수하면서 다른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자금 유출을 촉발
시켰던 전력이 있다. 실제 97년 한햇동안 일본이 회수해간 1백50억달러는
외환위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었다. 또 일본 자본의 저리대출
유혹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한국 금융기관의 무모한 투자를 초래케 했다는
것은 IMF 사태이후 해당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때늦은 고백이기도 했다.

지금 우리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용도가 다소 회복되고 떠났던 외화가 다시
돌아온다고 해서 이를 마냥 환영할 수 만은 없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
이다. 과거와 같은 무분별한 기채 행위와 투기적인 포트폴리오 운영 관행이
되풀이된다면 언제든 장단기 만기구조의 불일치와 유동성 부족 문제가 재연될
것은 뻔한 일이다. 특히나 일본계 자금을 "단기로 빌려 장기로 운용했던"
비정상적 자산운용 관행이 이번에는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되겠다. IMF 사태
발생 이전 수년동안 많은 일본 금융기관들은 한국 금융기관을 내세워 아시아
지역의 대출자산을 간접 운용하다시피 해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은행 종금 등 금융기관들은 국제자금 조달이 다소간 용이해진 것에 만족
하지 말고 외화 자산 포트폴리오를 최대한 건전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금융기관들의
무분별한 외화운용이 국가경제를 흔드는 일이 반복되어서야 되겠는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