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가 지난 13일 구조조정 전문회사의 설립근거인 산업발전법
시행령을 공포하고 모레부터 등록신청을 받기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재작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하는 기업들이 한둘이 아니데다, 비록 지금은 문제가 없어도 장래에
대비해 구조조정을 준비하는 기업들까지 합치면 엄청난 수요가 있는데도 이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인력이 절대적
으로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부실처리에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부실기업을 사들여 기업가치를 높인뒤 되파는 기업구조조정 전문
사업이 각광받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과연 기대만큼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점은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이 분야는 워낙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시장효율이 강조돼야 하는데 영업대상 자금조달 세제지원
등에서 제반여건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불투명한 점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우선 영업범위를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국한시키는 것은 구조조정 전문회사
의 자생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비록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부실기업
뿐만아니라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도 최대한 포함되도록 규정한다고는
하지만 자칫 과거의 창업투자회사처럼 쓸만한 영업대상이 별로 없어 변칙적인
영업에 매달리게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영업 허용대상을 열거하기
보다는 특별히 제한하지 않는한 영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본다.

자금조달 문제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자금조달 방법은 투자조합 결성
또는 회사채발행 두가지가 있는데 관련규정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10배
까지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회사채 시장이 협소한데다
고위험.고수익의 이른바 정크채권을 소화시킬 여력도 부족해 의미가 별로
없다. 게다가 여유자금은 의무적으로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역마진이 발생하게 된다.

구조조정 전문회사에 대한 중소기업청의 자금지원도 비록 저리이기는
하지만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이점에서 볼때 구조조정 전문인 벌처펀드
(Vulture Fund)는 차입이 아닌 투자자금으로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로 그런 점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만드는 벌처펀드에
대해 현행법상 금융감독장치가 제대로 안돼 있다는 점은 서둘러 시정돼야 할
문제다. 당분간은 투자조합 결성이 유일한 자금조달원이 될텐데 조합에 대한
세제지원방안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것이 없는 점도 문제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매각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마련인
데 이에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면제해주는 문제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도 아쉽다. 물론 가능하면 조세감면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점 및 구조조정 전문기업의 경우는 업종 특성상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