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사임 발표로 세계의 시선은 로렌스 서머스
차기 장관에게 모아지고 있다.

그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의 협조속에 미국경제를 원만하게 이끌어
갈지가 관심거리다.

전문가들은 루빈 장관과 그린스펀 FRB 의장간에 유지돼 왔던 공조체제가
서머스 취임후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머스는 주요정책 결정과정에서 그동안 그린스펀과 항상 충분한 의견교환
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루빈과 그린스펀은 1주일에 한번씩 경제정책을 조율해 왔는데 이 자리에는
항상 서머스도 참여했다.

양자간의 협조는 이미 체제가 잡혀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서머스가 정통 경제학자로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중요시하고 있고
그린스펀도 재무부 정책들을 대체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어서 양자의 협조는
굳건한 편이다.

관심은 서머스가 루빈의 신화를 이어갈 수있을 정도로 그린스펀과 이상적인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있느냐 여부다.

루빈은 장관으로 재직했던 지난 4년여동안 그린스펀 FRB 의장과의 긴밀한
협조와 건설적인 견제속에서 놀라운 업적을 이뤄냈다.

작년말 FRB가 4달사이에 3차례나 금리를 인하한 일은 재무부와 FRB간
2인3각체제의 대표적 케이스로 꼽힌다.

작년 9월말 FRB는 금리인하를 전격 발표, G7 선진국들의 동조 금리인하
조치를 유도해 냈다.

FRB는 이후 두차례나 더 금리를 내렸다.

이같은 조치는 위기에 몰린 세계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고성장 저실업 저인플레"라는 소위 신경제를 구축해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평가마저 얻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무부와 FRB간의 균형 관계가 깨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노련한 협상가인 루빈과는 달리 출세가도만을 달려온 서머스의 엘리트적
성향이 방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루빈은 그동안 FRB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도록 내부
통제를 하면서 그린스펀 의장의 협조를 유도해내는 수완을 보여 왔다.

그러나 44세의 서머스가 루빈과 같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는
약간의 의문이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의 정책결정과정
에서 노련한 그린스펀이 우위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재무부와 FRB가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금융
개혁법" 처리 문제가 앞으로 두 기관간 관계 변화를 가늠케 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