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대학기술의 상품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립 도쿄대학도 순수한 학문의 세계를 지킨다는 명문을 버리고 연구기술을
민간기업에 위탁판매키로 했다.

산업계와 학계 모두에게 플러스되는 새로운 산학협동의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도쿄대학이 생명공학 재료공학분야의 특허기술을
리쿠르트를 통해 관련업계에 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른 대학들도 연구성과의 판매에 적극적이라며 현재 50여개가
넘는 대학에서 기술이전추진기관(TLO;Technology Licensing Organization)의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대학은 지난해 여름 기술이전추진기관인 첨단과학기술인큐베이션센터를
발족시켰다.

센터의 직원과 일본테크노마트에서 파견된 2명의 특허유통전문가가 매일같이
학내를 돌며 산업계에 적용될 만한 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이 센터에서는 현재 출원중인 것을 포함, 30여건의 특허기술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 마케팅을 통해 기술을 판매하기는 역부족이어서 산업계의
"마당발"인 리쿠르트를 통해 위탁판매를 결정하게 됐다.

리쿠르트는 이공계 분야의 전문가 2명을 센터업무에 배치했으며 기술판매
대상으로 일본기업뿐만 아니라 미국기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MIT대학의 기술이전을 주도했던 전문컨설턴트와도 계약을
마쳤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대학의 연구기술이 기업에 판매된 실적은 단 한건에
불과하다.

니혼대학의 공학부 교수가 발명한 물질특성측정법 기술을 실험분석기
제조분야의 벤처기업이 로열티를 주고 사들여, 내년 중순이면 새로운
측정장비가 발매될 예정이다.

그러나 대학의 관심은 매우 높아 쓰쿠바대학이 쓰쿠바리소싱연구소,
와세대대학이 기술이전펀드를 설립하는 등 기술이전추진기관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같은 대학의 기술판매가 미국에서는 이미 정착돼
있다며 "지난해말 현재 TLO제도와 관련된 벤처기업이 2천여개사나 되고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2백48억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얻어지는 로열티수입은 미국 대학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 박재림 기자 tr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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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 TLO =대학.연구소 등의 첨단기술을 산업계에 이전하는 교량역할을 하는
조직.

미국에서는 80년대들어 다수의 대학에 설립됐다.

일본에서는 98년 8월 실행된 "대학등의 기술이전촉진법"에 의해 TLO로
인정되면 다양한 정부지원을 받을 수있다.

주식회사나 대학내 조직이란 형태를 띠며 현재까지 8개 대학이 인정받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