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완화됐다고요. 요즘도 매일 2개 기관으로부터 안전 관련 점검을
받고 있는데 무슨 얘깁니까. 소방서 소방검정공사 지방자치단체 산업안전공단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들의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일을 못할 지경이에요"

정유업체 A사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정부의 안전관련 정책이 원성을 사고 있다.

대형사고를 막아야 한다며 산업자원부 노동부 행정자치부 등 10여개의 부처
와 기관이 60여 가지의 법령으로 얽어매고 있어서다.

이에따라 공장을 세울 때부터 멈출 때까지 중복규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특정 기관에 독점적으로 검사권을 주고있는 경우도 많아 "관치 안전"
의 폐해가 심각하다.

검사기준도 제각각이다.

검사할 때는 서로 자기기관의 검사를 우선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사고가
터지면 소관이 아니라고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 검사기준 제각각 =공장에서 사용하는 압력용기는 취급내용물의 종류와
온도 압력에 따라 에너지이용합리화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러다보니 1개 사업장에 에너지관리공단 가스안전공사 산업안전공단 직원
등이 중복출입할 수 밖에 없다.

검사기준도 다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탄소강판의 최소두께를 3mm로 규정하고 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과 고압가스안전관리법의 기준은 2.5mm다.

각 기관의 정기검사 주기도 달라 공장운영에 지장을 줄 정도다.

미국 독일 영국 대만등은 적용법규와 검사기준이 단일화돼 있다.

<> 중복 검사 =정유및 석유화학업체등은 지난 96년부터 똑같은 보고서를
2개의 정부기관에 제출, 각각 심사를 받고 있다.

물론 비용도 2중으로 나간다.

"직원 5명이 1개월동안 준비해 "안전성향상 계획서"를 가스안전공사에
제출합니다. 60일간의 심사를 거쳐 지적사항을 보완한뒤 표지만 "공정안정
보고서"로 바꿔 산업안전공단에 다시 냅니다. 심사기간은 60일로 같습니다.
두 기관의 지시가 다를 때도 많아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지 모를
지경입니다"(B화학 관계자)

<> 시장원리 외면 =지난 97년 A사가 정부및 대행기관으로부터 안전 관련
검사를 받은 날짜는 모두 5백85일.

휴일을 제외하고 하루에 2곳이상의 기관에서 찾아온 셈이다.

유류탱크에 대한 검사비는 아예 고시로 정해져 있다.

통상 75만배럴(1억2천l)짜리 탱크 하나의 밑바닥 두께와 기울기 등을 측정해
주고 소방검정공사가 약 2천2백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정작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비파괴검사는 검정공사로부터 의뢰받은
민간업체가 맡는다.

이 비용은 1천3백만원이다.

결국 시장가격보다 훨씬 비싼 검사비를 검정공사에 지급하는 셈이다.

이에대해 소방검정공사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위험물탱크 18만5천개중
1천만 이상은 전체의 0.3%에 불과하다"며 "대형탱크의 경우 국가기관이
직접 검사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 개선방향 =노동부 함병호(공학박사) 전문의원은 "사업장의 안전과
관련된 여러가지 법령및 시행기관을 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사전 규제
를 줄이고 사후처벌을 강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영국도 지난 70년대초까지 5개 행정부처와 7개 감독
기관이 안전분야에 각각 관여했다"며 "지난 74년 안전 관련 9개 법령을
직업보건안전법으로 통합하고 안전정책기관도 단일화해 감독업무 강화와 기업
경쟁력 제고라는 2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최승욱 기자 swcho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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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관련 법률 ]

<> 시설물.건설

-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건설기술관리법, 건축법, 건설업법,
도로법, 하천법, 특정다목적댐법, 항만법, 학교시설사업촉진법, 국유
재산관리법, 주택건설촉진법, 공중위생법, 공연법, 도시재개발법, 건설
기계관리법, 재난관리법, 자연재해대책법

<> 사업장

-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공업배치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 산업안전보건법, 진폐예방및 진폐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 교통

-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 지하철공사법, 철도법, 해상교통안전법,
교통안전법, 선박안전법, 개항질서법, 어선법, 해양오염방지법, 항공법,
항공기운항안전법

<> 가스

-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액화석유가스의 안전및 사업관리법, 도시가스사업법

<> 전기.에너지.광산

- 전기사업법, 전기공사업법, 전력기술관리법, 집단에너지사업법, 에너지
이용합리화법, 광산보안법

<> 유해물질

-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수질환경보전법

<> 총포.화약

-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 원자력

- 원자력법,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법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