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태어나 같은 날 죽는다"

무슨 조직의 단합대회에서나 나옴직한 말이지만 실은 양계장 닭들의 운명을
묘사한 표현이다.

소 돼지 닭 등을 기르는 축산업체들의 최대 고민은 "짐승을 언제 도축
하느냐"이다.

튼실히 자라지도 못한걸 미리 잡아버리면 고기값도 제대로 못받는다.

그렇다고 너무 늦게 도축하면 아까운 사료만 낭비된다.

옥수수 등 대부분의 먹이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터라 요즘처럼 달러가 비싼
시대엔 사료값이 더욱 부담될 수 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돼지의 경우 일본수출용은 두당 1백10kg이 됐을 때,
내수용은 90kg을 조금 넘었을 때 잡는다.

일본인은 등심과 안심을, 한국인은 삼겹살을 좋아하는데 각각의 무게에서
최상의 고기가 나온다는게 대상농장 조남일 과장의 설명이다.

닭은 보통 통닭용 육계의 경우 부화후 60일만에, 삼계탕용은 40여일만에
죽을 운명을 맞는다.

한국 최대의 육계업체인 하림측은 이 정도 길러야 고기의 양이나 육질에서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닭은 워낙 숫자가 많아 일일히 무게를 재지 않는다.

크던 작던 한날에 부화된 병아리들은 똑같은 울타리 속에서 자라다 같은
날에 몽땅 도축되는 운명을 맞는다.

짐승을 기르는 축산업에도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생산"의 개념이 적용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경영에선 조금 넘치거나 부족해도 곧장 로스(loss)가 난다.

원가전쟁은 적절한 투자를 통해 적절한 성과를 끌어내는 "효율과 균형의
예술"인 셈이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