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코스닥 시장 육성 대책은 시의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증권투자자들의 선택폭을 넓혀주고 중소및 벤처 기업들의 직접금융을 극대화
한다는 측면에서 때늦은 감이 있을 정도다. 사실 증권거래소 등 기존의
자본 시장이 대기업들에 편중되어 왔음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라도 코스닥 시장의 육성은 더이상 미룰 과제가 아니라 할 것이다.

그러나 등록요건과 공모제도를 대폭 완화한 이번 조치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위험성도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50%의 세금 유예 조치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상장기업들에 대해 5-10%의
법인세 우대조치를 주었던 적이 있고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최근의 경영난
을 고려하면 있을 법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등록요건을 폐지에 가깝다고 할 만큼 파격적으로 완화한 것이나
공모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들의 시장조성 책임을 대폭 면제한 점, 대주주
주식 매각을 제한한 점 등은 투자자 보호나 거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많다고 하겠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의 발전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은 거래방식 자체가 증권사의
딜러쉽 제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주문을 단순 중개하는 우리와는
투자자보호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자본금이 1천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서는 비록 자본잠식 상태라 하더라도
나스닥시장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요건 완화 방침도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정부는 일부 이동통신업체의 등록을 염두에 두고 있는듯 하지만
등록기업 숫자와 싯가총액이 늘어나는 것을 시장의 성장발전이라고 생각
한다면 이는 여간 곤란한 일이 아니다. 사실 근년들어서는 미국의 나스닥
시장도 등록요건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고 적절한 등록 요건의 유지야말로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나스닥을 찾도록 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보면 지난 72년의 기업공개촉진법이나 80년대의 개정
자본시장 육성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이들 촉진법들이
증권시장의 외형적 성장은 이루어 낸 점은 결코 부인할 수 없지만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등 허다한 문제들을 낳았던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등록기업
재무자료에 대한 증권사의 분석 책임을 완화한 부분도 투명한 거래정보의
제공이라는 시장요건에 배치되고 있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은 원래부터
위험한 시장"이라는 말로 투자자 보호정책의 부재를 호도하고 있지만 이는
정당한 태도가 아니다. 또 7백50개 기업을 선정해 등록을 유도할 것이라고
하니 언제까지 당국이 직접 나서야 하는지도 의문의 하나다.

정부와 감독당국은 시장의 외형적 육성도 좋지만 가격조작등 불공정 행위를
막고 기업정보가 투명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질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일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