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전성시대.

소매업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지역상권에서 터줏대감노릇은 하던 동네구멍가게자리에 세련된 체인점이
들어선 것이다.

재래식 다방대신 산뜻한 커피전문점이, 동네사람 안면으로 소개해주던
복덕방 대신 체인형 부동산 중개소가 자리잡았다.

또 솔벤트 냄새 진하게 풍기는 재래식 세탁고자리에는 세탁편의점이 생겼다.

프랜차이즈는 이제 소매업의 새로운 형태로 정착되고 있다.

소매업의 기상도가 최근 몇년사이에 프랜차이즈일색으로 바뀐 이유는 뭘까?

그 배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특징을 알 필요가 있다.

프랜차이즈란 프랜차이저(FRANCHISOR)로 불리는 체인본부가 프랜차이지(FR
ANCHISEE)인 가맹점 사업자에게 점포 개설은 물론 상품공급과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면서 함께 사업을 해나가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가맹점주가 소액의 자금만 투자하면 사업에 필요한 대부분의 지원은
체인본부가 맡아서 해주기 때문에 사업 경험이 없는 초보자나 퇴직자들도
위험부담없이 손쉽게 사업을 시작 할 수 있다.

체인본부 입장에서도 본사가 직접 투자를 하지 않아도 가맹점 모집만
원활하다면 전국적으로 사업망을 확장할 수 있는 메리트를 갖고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신규 동네점포의 경우 열에 아홉은 체인점 형태로 오픈
되고 있다.

체인점이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동네상권을 장악해 나가자 지금까지 제한된
직영점만을 고집하던 KFC, 하디스, 맥도날드 등 배타성이 강한 대형 패스트
푸드 체인업체들도 올들어 가맹점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열풍에 힘입어 체인본사수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87년 50여개에 불과하던 프랜차이즈 본사수는 94년에 5백여개로 늘었
으며 지난해에는 무려 1천5백여개로 증가했다.

이중 3백여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도입된 브랜드들이다.

지난 88년에 한국시장에 본격 진출한 맥도날드의 경우 전국에 1백35개의
체인점을 확보, 운영중이다.

TGI 프라이데이스, 코코스 등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우리 입맛을
서구화하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아동용품전문점 압소바, 청소용역업체 쟈니킹, 다국적 부동산
중개체인 센츄리21, 자동차 렌탈체인 AVIS, 프랑스계 미용실 체인 자끄데상쥬
유아교육센터 짐보리 등이 한국에서 영업중이다.

업종도 매우 다양하다.

외식 의류 스포츠용품 유아교육 부동산중개업 학원 자동차서비스 사무편의점
사설사서함 미용실 아동용품 등 거의 전 소매업종에 걸쳐있다.

체인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비즈니스로 부각되면서 최근들어 야심만만한
20,30대 고학력자들이 체인본사를 차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무한궤도로 빅비즈니스의 꿈을 펼쳐볼 수 있는게 바로 프랜차이즈 사업이란
것을 먼저 깨달은 것이다.

가맹점주가 되면 특정 지역상권에서만 활동하거나 기껏해야 5평에서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손님맞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게 고작이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를 창업해 성공하면 원대한 사업야망을 단숨에 이룰 수 있다.

소점포 경영으로 1년안에 수억원대를 벌 수 없지만 프랜차이즈 본사를
창업, 해당 브랜드가 히트하면 그 정도 액수는 손쉽게 거머쥘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 역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가 갖는
또 다른 매력이다.

이 분야는 최소의 자본만 가져도 체인본사를 창업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아이템만 확실하다면 사업을 키우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가맹점으로
부터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기때문이다.

제조업은 본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고 실패하면 위험 부담도
고스란히 본사가 져야 한다.

또 본사 직원들이 모든 것을 관리하다 보니 사업이 잘될수록 조직이 비대
해질 수밖에 없고 덩치가 커질수록 시장환경 변화에 신축적으로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매출이 줄어드는 불황기일수록 고전하게 된다.

이에 비해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21세기형 기업구조에 맞는 경박단소와
아웃소싱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본사와 가맹점은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사업을 전개하지만 어디까지나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본사에서 자금이 필요할 경우 로열티나 가맹비 등의 명목으로 가맹점
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이 많고 신규 가맹점이 모집될 때마다
자금이 유입되므로 굳이 필요한 자금을 외부에서 차입할 필요가 없다.

본사는 최소한의 핵심조직을 구축, 가맹점을 관리하므로 사업규모가 커진다
고 본사의 덩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는 않는다.

본사의 조직이 비교적 단순하고 가맹점은 자체 조직으로 운영되므로 시장
환경에 변화가 생길 경우 재빨리 대처할 수 있는 적응력이 뛰어나다.

이처럼 획기적인 경영방식인 프랜차이즈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큰 스토아 규모의 체인점은 물론이고 길거리의 1평짜리
간이점포까지 독점 상표를 내걸고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가 갖는 사업적 매력에 이끌려 너도 나도 체인본사 창업에 뛰어
들면서 해외브랜드가 아닌 신토불이 체인이 최근들어 많이 생겨났다.

한국산 체인브랜드는 선진국형 체인시스템에 한국인들의 소비취향과 욕구를
접목한 것들로 외식업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시장 개방으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업종에서도
프랜차이즈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랜차이즈시스템이 단기간에 도입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세상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견실하고 탄탄한 체인업체도 적지 않지만 그보다는 한탕주의를 노리고
전문성이나 철저한 사전준비도 없이 체인사업에 뛰어드는 영세업체가 난립
하고 있는게 한국 프랜차이즈 업계의 현실이다.

경영자의 자질이 의심스러운 경우도 적지 않았고 애초부터 불순한 의도로
사업에 뛰어드는 사기성 짙은 업체, 가맹점의 이익은 나 몰라라 하고 본사의
이익만 챙기고는 회사 문을 닫아버리는 체인 본사도 있다.

이에따른 피해사례가 늘면서 체인업계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은것도 사실이나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현재 나와 있는 사업전개방식중 가장
유망하고 획기적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프랜차이즈시스템에 대한 관련법규가 정비되고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체인점을 중심으로 한 프랜차이즈사업이 유통시장의
한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 서명림 기자 mr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