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에서 "순수토종 맥주"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다국적기업들이 잇달아 국내 맥주업체들의 지분을 인수해 1백% 순수 국내
자본의 메이커는 상반기안에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연간 3조원 규모인 맥주시장은 하이트맥주 OB맥주 진로쿠어스 등 3개사가
나누어 갖고 있다.

이들 업체중 OB맥주는 지난해 9월 외국회사와 합작해 새롭게 출발했다.

진로쿠어스는 6월중 외국업체로의 인수가 유력시되고 있고 하이트맥주도
지난 22일 덴마크의 칼스버그그룹과 1억달러 규모의 외자유치 계약을 체결
했다.

외국자본이 한국맥주 시장을 석권하게 되는 셈이다.

외자유치를 선도한 업체는 구조조정 우수기업으로 꼽힌 두산그룹의
OB맥주다.

이 회사는 지난해 벨기에 인터브루사와 50대 50으로 합작해 자본금
3천5백억원 규모의 합작사로 새출발 했다.

양사의 지분은 50대 50이지만 인터브루측의 토니 데스멧씨가 대표이사
사장을 맡는 등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인터브루가 외부에 알려진 50%보다 더 많은 지분을 인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97년 5월 부도가 난 후 법정관리중인 진로쿠어스도 6월월에 외국기업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 회사는 채권단의 회사정상화 계획에 따라 6월중 공개 매각방식으로 새
주인을 찾게 된다.

현재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인터브루가 지분을 갖고 있는 OB맥주와 미국
쿠어스사및 롯데 등 3개사다.

이중 외국계 두 회사는 공개입찰을 앞두고 각자의 인수 당위성을 적극
홍보하는 등 신경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IMF이후 맥주시장 침체로 점유율이 떨어진 OB맥주는 선두업체인 하이트와
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진로쿠어스 인수가 절박한 상태다.

그러나 쿠어스사도 지난 92년 진로와 합작투자한 진로쿠어스에 대한 애착이
커 양보할수 없는 처지다.

쿠어스측은 최근 "왜 쿠어스인가"라는 내용의 홍보자료를 내놓는 등
진로쿠어스 인수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피터 H 쿠어스 회장은 "맥주시장 발전을 위해 3사 체제가 유지돼야 하며
인수할 경우 6백30여명의 종업원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자유치설이 흘러나온 하이트맥주도 22일 자본유치를
매듭지었다.

하이트와 칼스버그사는 CB(전환사채)인수 5천40만달러, 연리 6.5%의 론
(loan) 5천만달러 등 총1억40만달러 규모의 자금유치 계약을 체결했다.

칼스버그는 하이트맥주의 전체 지분중 16%를 보유, 박경복 현 회장에 이어
2대주주로 떠오르게 됐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