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아파트의 개념이 바뀐다.

그동안 "고급"의 기준은 마감재였다.

가구 욕조등을 값비싼 수입 마감재로 장식하면 그만이었다.

때문에 "호화.사치"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마감재보다는 설비가 중요시된다.

안전한 보안시스템, 자동냉난방 공기정화장치등 각종 첨단 설비가 갖춰져야
살기좋은 아파트다.

이같은 신개념 고급아파트 1호는 대림산업이 서울 강남 도곡동에 짓고있는
"대림아크로빌"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오는 12월 입주예정인 공사를 총 지휘하고 있는 최평락(55) 전무를 현장에서
만났다.


-대림 아크로빌을 짓게 된 계기는.

"원래는 그룹 사옥을 지으려 했어요.

그러나 과시용 사옥을 짓기에는 투자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지요.

때문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고급 주상복합빌딩을 계획했습니다.

95년 결정 당시엔 분양가가 규제돼 있어 일반아파트를 지어 이익을 내기는
힘들었지요"

-"주상복합"의 인기가 시들했을 때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상가동과 주거동을 분리시킨 거지요.

3개 건물중 1개는 상가, 2개는 주거용으로 하고 주거용을 아주 고급화
했습니다.

상가동과 분리된 상태이니 일반 아파트와 다를 게 없지요"

-고급화의 개념은 무엇입니까.

"인간공학적인 측면과 생활편의를 강조한 것이지요.

사치스런 자재를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냉난방 공기정화 청정 정수시스템 쓰레기처리 보안시스템등에 중점을
뒀습니다.

특히 신경을 쓴 것은 커뮤니티(공동사회) 개념입니다.

단지안의 사람들이 서로 알고 생활할 수 있도록 스포츠센터 문화시설등
공동의 장을 많이 마련했습니다.

통합정보통신망으로 단지를 운영해 인간적인 생활을 하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분양이 90%가량 됐는데요.

"상류층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보안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춘 게
주효한 것 같습니다.

최첨단 보안장비를 통해 단지를 요새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범죄는 상상할 수가 없지요.

실제로 사람이나 차가 단지안으로 한 발짝만 들어오면 안전문제는
해결되도록 했습니다"

-너무 비싼 것은 아닙니까.

"분양가가 평당 1천1백만~1천4백만원입니다.

규모가 54~74평형이니 한채당 값이 6억~10억원선이지요.

일반 아파트의 분양가보다는 확실히 비쌉니다.

그러나 주변의 인기좋은 아파트 시세와는 비슷한 수준이지요.

기존 아파트를 팔면 이쪽으로 수평이동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꼭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지요"

-어떤 사람들이 분양을 받았습니까.

"다양합니다.

자영업자와 의사 변호사등 고소득 전문직들이 많은 편이고요.

불편한 것을 싫어하는 연령층인 50대가 가장 많습니다"

-앞으로의 추세는 역시 이런 "고급화" 겠네요.

"주택보급률이 낮을 때는 집을 많이 짓는 게 중요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어요.

주택보급률이 높아진 뒤에 집같은 집에서 살아보자는 욕구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요.

최근 다른 건설회사들이 고급아파트를 집중적으로 건설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고급아파트에도 로열층이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아파트와는 개념이 1백80도 다릅니다.

일반 아파트에선 남향을 선호하지만 고급아파트에선 향보다는 전망이지요.

햇빛이 주는 건강요인을 각종 과학적인 설비로 다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북향이라도 전망이 좋으면 남향보다 먼저 팔렸습니다.

전망이 중시되니까 고층이 더 인기입니다.

가장 꼭대기층이 분양가도 제일 비싸고 분양도 제일 먼저 이뤄졌을
정도입니다"

-대림아크로빌이 건축학도들의 견학 코스가 됐다고 하는데요.

"학생들도 많이 오고 다른 기업들도 벤치마킹하러 옵니다.

설계와 공법을 배우는 것 같아요.

설계는 지진 화재 재해등 안전을 최우선 고려했지요.

지진의 경우 리히터 7에서 견딜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일본 고베지진에서도
까딱없는 수준입니다.

통상 4~5년 걸리던 공기도 첨단공법을 활용해 28개월로 압축했지요.

품질은 더욱 높였고요"

-공사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4백90가구 모두 개별적으로 주문을 받아 실내를 꾸몄습니다.

기본 골격엔 큰 차이가 없지만 세부적으로는 많은 변화를 줬지요.

모든 과정을 컴퓨터로 처리했는데 소비자 모두에게 만족을 주도록 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최 전무는 지난 69년 학교(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대림산업에 입사,
30년간 한우물을 파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한국은행 신관 건설과 옛건물인 본관 개.보수작업때
현장 소장을 맡았던 것이 지금도 자랑거리다.

"인간답게 사는 장을 마련해 준다"는 철학으로 건설현장에서 일한다는 그는
다른 업체들이 아크로빌의 외형보다는 이 철학을 벤치마킹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고급 아파트문화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깊이 배어있는
말이지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