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치 < 서울고등검찰청 차장검사 >

나는 MBC의 일일연속극 "보고 또 보고"를 보고 또 보았다.

그런데 솔직히 이 드라마가 왜 그렇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른다.

내용이 특별하다거나 무슨 진한 감동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을 그저그렇게 묘사한 것이 인기의 비결인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드라마를 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검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작가가 그를 나쁘지 않게 그려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한다.

옛날 보았던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거의가 나쁜 사람으로
묘사됐다.

아무 죄가 없는 사람을 기소하는가 하면 약하고 불쌍한 사람에게 높은
형량을 요구하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선과 정의의 편이 아니라 항상 악과 부정의 편에 서 있었다.

다만 어느 반공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는 예외였는데 어린시절 나의
우상이었다.

어떻든 나는 이 드라마가 검찰의 업무를 다룬 것은 아니더라도 차제에
시청자들에게 검찰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씻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금더 욕심을 부린다면 앞으로 검찰 실무를 잘아는 작가들이 검찰을
본격적으로 다룬 좋은 작품을 써주었으면 한다.

일례로 록히드사건 수사때 면도날 검사로 유명했던 호타 쓰도무는 자신이
직접 "부인"이라는 소설을 써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누가 쓰든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있을수 있는 일을 사실대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살인의 해부"나 TV드라마 "페리 메이슨"에서처럼 변호사에게 항상
패배하는 모습으로 검사가 그려지는 한 대륙법계 검찰의 아버지들이 실현하려
했던 이상인 "세계에서 가장 객관적인 기관"으로서의 검찰은 한낱 말의
유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