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 대우경제연구소장 >

한국과 일본정부는 양국간 자유무역지대창설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양국정부의 적극적 자세를 유발한 원인은 몇가지로 추정된다.

한국의 입장에선 자유무역협정의 내용이 어떻게 정해지는가에 따라 전체적
으로나 분야별로 득실과 영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무조건의 낙관론에
잠겨있을 근거는 약하다.

자유무역협정체결이 가져오는 경제(산업 무역 투자 금융) 국제정치 사회
문화적 영향을 장단기로 구분해 한국측에서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할 점을
꼼꼼히 챙기는 게 순서일 것이다.

첫째 고려할 사항은 불충분한 준비 때문에 한.일양국의 산업기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고용상태가 악화된다면 불안정한 양국 국민감정이 오히려 현재
보다 나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둘째 고려사항은 미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들의 반응이다.

셋째 고려사항은 시장확대효과와 함께 경쟁촉진효과가 나올 때 한국기업들이
충분한 경쟁이 가능할만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제때에 만들어낼 수 있는
가이다.

넷째 고려사항은 정부차원의 교섭과 산업계차원의 실무적 준비가 조화를
맞추어야 한다.

무역뿐 아니라 기술과 금융측면에서의 기반정비가 요구된다.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장벽이나 문화측면에서의 장애요인에 대한 구체적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이 특화하게 되는 분야(중급의 가공제품, 주변부품, 농업, 일부 서비스
산업)에 인적.물적.무형자원의 집중배치가 얼마나 빨리 이뤄질 수 있을지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이상의 고려할 점을 전제로 한다면 다음과 같은 제언이 가능하다.

첫째 한.일 자유무역지대 창출은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부속협정형태로 예외를 인정할 것도 제법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방면의 준비가 다 될 때까지 전체가 기다릴 수 없는 주변환경이
있고, 분야별로 구체적 영향을 시뮬레이션해 볼 방법도 마땅치 않다.

따라서 한.일 양국의 일부지역(일본 규슈와 경상남도) 일부산업(관광 철강
석유화학)끼리 먼저 자유무역의 정신을 발휘해 관세.비관세장벽을 제거하고
그 영향분석과 보완방향을 물색하는 게 어떨까.

또 자유무역지대 창설보다는 더 낮은 경제통합의 형태(관세동맹)에서
출발하는 방법은 어떨까.

둘째 한.일간 무역에서 최대의 장애는 제조업분야에서 주력산업이 지나치게
비슷한 분야에서 많이 겹치는 상황, 비관세장벽의 커다란 위력, 국민간 상호
불신에서 발견할 수 있으므로 이들 분야를 집중조사.분석해서 공동으로 해결
책을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

셋째 한.일간 자유무역지대 창출로 한국의 대일 무역수지적자폭 확대가
예견된다면 일본에 대해 거액의 무역수지흑자를 시현하면서 한국에 대해선
무역수지적자기조에 있는 중국을 빨리 포함시켜 한국 일본 중국간 자유무역
지대로 확대하고, 이를 중화경제권및 아세안(ASEAN)과 연결시키는 과정의
시발점으로서 한.일간 자유무역지대 창출을 받아들이도록 기본틀을 짜야 할
것이다.

넷째 자유무역지대 창출은 결국 정부주도로 큰 틀을 바꾸는 일인데, 그로
인한 효과를 크게 즐기려면 양국 산업계가 같은 나라에서 있는 것처럼 경쟁자
관계보다 동반자관계를 인식해서 행동토록 만드는 게 급선무이다.

한국측에선 자유무역지대 창설후 전개될 고도의 경쟁에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일본기업계로부터 기술과 자본도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며 일부 사업(부품
소재)을 이양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최선의 길은 일본산업계에 우리와 손잡는게 이익이 된다는 증거를
빨리 보여주는 것이다.

핵심산업에서 구조조정과정에 있는 대기업집단과 부품.소재산업에서 중소
기업들이 높은 지분율마저 내놓을 정도로 일본과의 합작활동이 과단성있게
추진된다면 양국시장이 통합되는 미래를 위해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또 일본업계가 그토록 싫어하는 지적재산권 침해, 계약불이행, 제도의
자의적 운영, 애국자처럼 위장한 지나친 노동관행은 빨리 청산해야 현명하지
않을까.

일부의 어리석은 행동이 전체경제의 고도화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