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도세가 찬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현물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12일엔 1천8백78억원의 프로그램매도(현물매도 선물매수)물량이 쏟아져
나왔다.

장중에 프로그램매도물량이 일부 소화됐지만 추가적인 주가상승에 발목을
잡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고객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저가매수를 노리고 있는 투신사등 기관투자가와 일반투자자들이 많아
소화력도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다.

선물가격이 저평가상태로만 돌아서지 않는다면 크게 우려할 정도는
못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프로그램 매수잔고와 매매현황 =프로그램 매수잔고는 비차익거래분까지
합치면 1조5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시장베이시스(선물가격-KOSPI 200)가 1포인트대로 내려서자 프로그램
매수 청산물량이 대거 흘러나왔다.

대우증권 선물.옵션팀의 주제식 조사역은 "시장베이시스가 2~2.5포인트인
상태에서 걸어놓은 프로그램매수물량이 무위험 이익폭을 좁게 잡고 매물을
내놓아 자연스런 조정시점과 맞물리면서 순조롭게 청산되고 있다"고 설명
했다.

한화증권의 구돈완 선물.옵션영업팀장도 "6월물 만기일까지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아있어 금리를 소폭 웃도는 정도의 이익을 노린 증권사들의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선물 매매주체별 움직임 =문제는 프로그램매도 물량이 띄엄띄엄 징검다리
식으로 쏟아질지, 아니면 연일 홍수를 이룰지의 여부다.

선물매매 세력의 움직임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강한 매수세력이 선물가격을 받칠 경우 시장베이시스가 다시 확대되면서
프로그램매수를 유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수세력이 약하거나 매도세력이 우세하다면 선물가격은 밀릴 수
밖에 없다.

구팀장은 "주가 700선에 해당하는 선물가격인 82.5포인트를 넘어설 조짐을
보이자 현물시장에서 차익매물이 나오고 있다"며 "선물가격이 이 선을 뚫고
올라가느냐가 향후 프로그램매매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과 투신사들의 선물매매전략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투신권은 지난주 2천6백52계약을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순매도했지만 그 규모는 5백78계약에 그쳤다.

대우증권의 주 조사역은 "무엇보다 그동안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주식을
편입한 투신사들이 헤지를 위해 선물매도 규모를 늘릴지 살펴야 할 시점"
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의 구 팀장은 "외국인의 경우 최근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며 "지난 1월중순이후 현물매수에 대해 선물매도로 크게 헤지를 거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실제 외국인들의 순매수포지션은 8천여계약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순조로운 소화 가능할까 =고객예탁금이 6조원을 웃돌고 국내 기관투자가들
의 매수세도 살아있어 불규칙적으로 매도물량이 쏟아진다면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선물 12월물 만기일 때 프로그램매도물량이 너끈히 소화된 것처럼
주가상승열기가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장세가 이어지는 것도 주요 배경이다.

구팀장은 "현물주가가 8일 연속 올라 어차피 조정이 예상됐고 고가부담을
느낀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저가매수를 겨냥하고 있어 소화력이 왕성한 편"
이라고 말했다.

고객예탁금이란 형태로 넉넉한 실탄을 갖고 있는 일반투자자들도 주요 프로
그램매도종목인 우량주를 싸게 매수할 수 있는 기회로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