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회복기 재테크 전략 ]

[ 이야기손님 : 최현만 <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 >
문순민 < 하나은행 PB팀장 >
정광영 <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
김찬경 < 미래유통정보연구소 소장 > ]

봄은 봄인가 보다.

시장 백화점 대형유통센터로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한동안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봄을 맞아 되살아나고 있다.

아파트분양현장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어떤 곳은 과열현상까지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말 그 어려웠던 IMF시절이 끝난 것일까.

한마디로 낙관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지만 증시에 이어 부동산도 꿈틀대니
봄은 봄인가 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큰 이 시점.

과연 어떤 투자자세와 관심을 가져야 할까.

재테크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무엇일까.

오늘은 재테크 4인방이 털어놓는 경기회복기의 재테크전략을 들어보자.

뭐니뭐니해도 이 시점에서 가장 관심있는 분야는 부동산!

수도권 아파트분양이 과열현상을 보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아파트값이 턱없이 떨어졌던 지난해를 생각하면 여전히 불안한데 의외로
분양권시장이 냄비처럼 달아오르고 있으니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하다.

정광영 한국부동산경제연구소장이 다소 흥분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요새 부동산, 난리굿이에요.

정부에서 먼저 규제를 막 푸는거야.

정부가 그 전에는 규제를 두개 풀어달라고 하면 한개도 아닌 반밖에 안풀어
줬거든요.

근데 지금은 하나 풀어달라면 두개씩 막 풀어준다니깐요.

전문가들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못따라갈 정도예요.

그러니까 혼란스럽지.

하지만 이 말은 뒤집어말해 돈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에서 앞장서니까 어쨌든 활기가 생겨서 좋아요"

"그렇다해도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싼것도 아닌데 몸싸움까지 하고 어떤
곳은 조폭(조직폭력배의 속어)까지 설쳐댄다고 하니 정말 보기 안좋네요.

왜 그러는 겁니까?"

기자가 물었다.

"그놈의 프리미엄때문이에요.

지난달 아파트전매제한이 풀린후 분양권거래가 크게 늘면서 웃돈이
붙었어요.

일부 시세 차익이 예상되는 아파트엔 떴다방(철새처럼 이동하는 부동산업자)
까지 가세해 가수요가 확산되면서 투기를 부채질하고 있어요"

"정 소장님의 말을 들으면 아파트를 분양받아야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여지네요"

참석자들은 일제히 뭔가 확실한 투자지침을 정 소장에게 요구했다.

"신규분양을 받을 때는 주변 아파트시세와 비교해보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괜히 과열 분위기를 쫓다보면 실속이 없어요.

일산 파주 수원등 수도권지역을 살펴보면 같은 지역인데도 분양가가
평당 2백만원씩 차이나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니 일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슬슬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3년동안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건설회사들이 이 기회에
돈 좀 벌려고 분양가를 올리는 겁니다.

이러다보니 정작 분양받는 일반인들이 시세차익을 봐야 하는데 건설업자들만
재미를 보는거죠"

"결국 아파트투자는 너무 서두르지 말거나 이미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는
얘기같은데 그러면 좋은 부동산 투자처가 따로 있나요.

어딘가요?"

김찬경 미래유통정보연구소장이 다그쳐 물었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아파트경기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과거처럼 엄청나게 뛰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상가쪽으로 관심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다고 덥석 달려들진 마시고요"

정 소장의 조언은 부동산시장의 경우 대개 아파트->상가->건물->토지순서로
활성화되기 때문에 사이클상 상가로 눈을 돌리는 것이 정석이라는 것.

계속되는 정 소장의 족집게 과외식 부동산 강연에 참석자들의 호기심이
동했다.

"그러면 이 시점에 상가를 매입해도 좋다는 말입니까, 어떻다는 겁니까?"

"금년이 부동산투자의 호기예요.

부동산에 투자해 돈을 벌려면 금년에 하세요.

상가의 경우 공매 경매 급매등 이른바 3매를 노리세요.

이제 부동산은 수요자 시장이니까 골라서 싸게 살 수 있거든요"

김 소장이 3매라는 말에 조크를 던진다.

"삼돌이와 일지매는 들어봤어도 삼매가 뭐야.

독서삼매경인가"

좌중 웃음.

정 소장은 얘기끝에 한가지를 더 강조했다.

"요즘은 하룻밤사이에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많이 바뀌고 있어요.

아주 변화무쌍해요.

이 변화에 시선을 집중하십시오.

예컨대 주택청약통장제도개선과 조합주택건설규제의 완화는 주택공급물량의
확대를 의미해요.

따라서 아파트투자는 서두를 필요없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죠.

정부정책의 변화는 이처럼 향후 부동산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척도입니다"

경기가 회복되면 제일 먼저 잠을 깨는 것이 증권시장이다.

증시는 선행지수니까.

더군다나 저금리로 뭉칫돈이 증시로 몰리다보니 시장이 초강세로 돌아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최현만 상무 얘기를 들어보자.

"주식을 사야할 때가 됐어요.

구조조정과 저금리정책으로 기업의 체질이 확 바뀌었습니다.

양적으로 질적으로 몸집이 날씬해진거죠.

그런 회사들의 주식이 올라가고 있어요.

옥석을 가려 주식에 투자하세요"

옥석이라?

갑자기 눈이 확 뜨여지는 단어가 아닌가.

"옥석을 어떻게 가려내야 합니까?"

참석자들이 증권의 대가로부터 뭔가 따끈따근한 투자정보라도 캐낼까 싶어
일제히 물었다.

"어렵지 않아요.

장사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 매출액대비 경상이익을 보면 됩니다.

또 장사를 잘해 이익을 본건지 형편이 어려워 건물을 팔아 특별이익을
본건지 가려야 합니다.

이익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하란 얘기죠.

반드시 장사를 잘 해서 이익을 본 주식을 사야 합니다.

지금은 완전한 경기회복의 시기가 아니라 바로 그 전단계에 있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을 살피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부채비율이 낮은 곳을 찾아야 합니다.

부채비율이 1백50~2백%사이면 우량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원론적인 얘기말고 구체적인 정보는 없나요"

성질급한 정광영 소장이 달려들었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내수관련주중 재무구조가 좋은 기업을 골라 투자하면
문제없습니다"

정 소장이 최 상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마디했다.

"아무리 옥석이라해도 증시는 몰라요.

종이조각 만드는건 시간문제라니깐요.

솔직히 벌었다는 사람보다 잃었다는 사람이 더 많아요.

내친구는 이것 샀다 저것 샀다 넣었다 뺐다하다가 본전은 커녕
거지됐다니깐요"

최현만 상무는 정 소장의 불평에 이제는 면역이라도 된듯 무표정한
반응이다.

참석자들은 최상무에게 향후 장세를 물었다.

"투신사가 사들인 채권의 만기가 6월부터 돌아옵니다.

그 자금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일부는 다시 채권으로 들어가기도 하겠지만 절반이상이 증시로 몰릴 겁니다.

증시에 유동성이 그만큼 풍부해지는 거죠.

주식시장 괜찮을 겁니다"

조용히 경청만 하고 있던 문순민 하나은행 PB팀장이 말문을 열었다.

"펀드매니저들과 딜러들의 전망은 항상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했어요.

전망은 투자자의 투자행동에 영향을 주고 투자자들의 변화된 대응에 따라
당초의 유력한 전망은 오히려 그 유력성에 의해 빗나가게 되죠.

실제 현실에서보면 항상 우려했던 위기상황은 종종 현실화되지 않고 오히려
예상치 못한 위기가 현실화되는 걸 보면 전망은 틀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설득력 있어요"

문 팀장의 얘기는 최 상무같은 재테크도사도 앞날을 1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경계의 일침이었다.

"그럼 문 팀장은 어떻게 하자는 얘깁니까?"

기자가 궁금증을 표시했다.

"지금은 조심스런 변화를 모색할 때입니다.

물론 투자포트폴리오를 모두 현금만으로 가져갈 수는 없겠죠.

중장기적으로 현금비중을 약간 축소하고 주식과 부동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대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객관적인 그의 충고에 참석자들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문 팀장의 얘기가 이어졌다.

"위험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 공격적인 사람은 아파트를 분양받는다면
좋지만 투자목적으로 확실하고 안전하게 수익을 올리려면 좀 더 지켜본뒤
부동산에 투자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부동산은 경기에 후행하기 때문에 경기바닥을 확인하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거죠"

"아주 의미있는 지적을 해주셨는데 그렇다면 생각하고 계신 대안이라도
있나요"

"경기가 회복되건 안되건 간에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재테크수단이
금융상품입니다.

올 하반기에 실물경제가 국제 환경의 악화로 침체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주가와 부동산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조심스럽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가능성에 대비한다면 금융상품은 일단 안전해서 좋아요.

거꾸로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 기업의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수요가
늘어나 금리가 올라가요.

그러면 이자수입이 많아지죠"

결국 금융상품에 꾸준히 투자하라는 문순민 팀장의 말은 간결하고도
의미있었다.

창업의 선봉에 선 김찬경 소장 차례가 됐다.

"말씀들을 죽 들어보니까 금년이든 내년이든 경기 회복은 이제 대세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 시기에 가장 적합한 재테크 수단은 두말할 필요없이 창업입니다.

현재 정부에서 경기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요.

실례로 은행 장기 금리 인하를 유도해서 기업의 금융 부담을 줄이고 생산과
소비를 다같이 늘려 고용도 확대하고, 가계 재정도 튼튼하게 하자는 겁니다.

그러니까 경기회복기에는 먹고사는 문제, 즉 사고 파는 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고 경기회복에도 일조를 하게 되는 거죠.

사고 파는 일이 뭐겠습니까.

장사, 창업인 겁니다"

"도대체 어떤 창업 아이템이 있길래 그러시는 겁니까?"

기자가 물었다.

"경기가 회복된다고 일시에 호황이 되지는 않습니다.

특히 저소득층은 오히려 어려운 시절을 생각해 소비에 더욱 신중해집니다.

그러나 단 한가지 잘사나 못사나 공통된 것은 아이들에게 쓰는 돈입니다.

요즘 장난감 할인점과 대여점이 호황이에요"

"어른이 무슨 장난감, 따분한 일 아닙니까?"

정 소장이 김 소장의 신경을 건드린다.

"취급품목이 6백여종이고 중점 판매품목은 2백여종이나 됩니다.

물건이 단순해서 재미없는 것은 절대 아니죠"

"창업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점포 임차비용 2천만원, 초도물품비 9백만원등을 합쳐 5천만원정도면
빵빵하게 창업할 수 있어요.

최종마진율은 30% 내외이며 월 예상순수익은 3백만원정도입니다"

김 소장의 창업아이템소개로 이날 좌담은 끝났다.

증시와 부동산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불안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인지 경기회복기의 재테크전략이라는 주제에 모두들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올 봄은 왠지 희망이 보이는 것같다.

그 기대만큼이나 우리의 경제도 봄을 맞아 새순이 돋듯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재테크를 시작했다고 반드시 성공할 수는 없지만 성공의 씨앗을 뿌리는
일임에 틀림없다.

< 서명림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