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는 문종때인 1450년 각 고을에서 궁궐에 진상하는 은어를
잡기 위해 독약을 쓰기 때문에 물고기들이 모조리 멸종되고, 그물이 논에
흘러들어 벼까지 손상시킨다는 보고를 받은 왕이 어명으로 은어잡이를
금지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뒤 문종은 호조로부터 올린 상소를 보고 다시 한번 놀란다.

경상.충청.전라 등 하삼도의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 산마루까지 개간해
경작하는 탓으로 노루 사슴은 물론 날짐승까지 번식하지 못한다는 내용
이었다.

그때도 문종은 사냥을 금지시키고 궁중에 공납하는 사슴고기를 흔한
멧돼지고기로 대체토록 했다.

마구잡이 개간을 막는 금령도 내렸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생태계를 보호하는 조치였던 셈이다.

인간의 자연활용은 자연, 즉 생태게의 안정성이 유지되는 선까지가 한계라는
사실을 5백여년전 조상들도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는 소중한 기록이다.

이처럼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조화를 깨뜨려서는 안된다는
조상들의 올바른 환경윤리의식이 우리가 "금수강산"이라는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천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국토는 저돌적 개발로 무참히 훼손됐다.

지금도 여전히 인간을 위한 개발을 명목으로 내세워 생태계의 파괴를
일삼고 있다.

수많은 동.식물의 멸종보고는 이미 생태계가 파괴돼 가고 있다는 증거다.

인간이 자연이라는 공동운명체를 망각한 듯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공동운명체라는 생각이 든다.

김대중 대통령이 며칠전 환경부 국정개혁보고회때 유교 기독교 불교 등
동.서양종교에 나타난 환경보전 사상을 소개하면서 인간이 자연에 대해 너무
많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속죄하는 입장에서 자연과 공존공영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말을 해 관심을 끌었다는 소식이다.

특히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했던 한국유교의 "환경윤리"를 강조했다고 한다.

어느 정치적 발언보다 뜻깊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동강댐건설"에 대한 대통령 자신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