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근대적인 건설산업의 틀을 갖춘지 반세기를 훌쩍 넘어섰다.

해방당시 1백70여개에 지나지 않던 건설업체는 6.25전쟁 직후 3천여개로
늘어나면서 전후복구사업을 중심으로 시장기반을 닦는다.

60년대 들어선 양질의 기술인력과 시공기술 등을 키웠고 70년대와 80년대
초엔 중동붐을 맞아 한해 수주고가 1백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해외건설의
꽃을 피웠다.

이제 우리 건설업계는 다가오는 21세기의 급변하는 건설환경변화에 대응
하기 위해 기술력제고 등 경쟁력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선진외국업체에 비해 어느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을까.

한국산업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건축의 인텔리전트빌딩, 토목의
아치교와 지하터널 아치댐 해양시설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진 건설업체들
의 70~80%에 이르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거더교 라멘교 아스팔트도로 사력댐 철강설비 등의 분야에선 세계 최고수준
기술의 80%를 넘어섰다.

이와 별도로 국토개발연구원이 일본의 해외건설협회와 공동으로 조사한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건설단계별(수주 시공 공사후) 경쟁력 비교
에서도 우리의 기술력은 보통수준 이상으로 나타난다.

공사견적이나 공사기간 엄수, 인건비 절감 등에서는 미국 일본의 건설업체
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환리스크대책, 자금조달(PF), EC(종합건설)능력 등 고부가가치 분야
에선 경쟁력이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설전문가들은 이를 연수로 환산, 선진국업체들이 국내기업보다 10~20년
정도 앞서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전자 조선등의 분야에선 늦게 출발한 우리가 선진기업의 기술력을
따라 잡았으면서 건설산업에선 이들을 추월하지 못하는 걸까.

이에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건설산업을 시공이라는 좁은 의미로 인식해 온데
원인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실례로 미국은 국민총생산에서 건설엔지니어링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5%,
일본은 3.7%에 육박한다.

이에비해 우리의 경우는 0.7%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정부가 관련단체나 기업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설계-시공-감리 등을
따로 발주토록 한 "따로 국밥"식의 건설관련법도 건설산업을 선진화시키는데
걸림돌이다.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한데다 잘못된 인식으로 대부분 업체들이 건설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기획 감리 설계등의 건설산업을 이루는 개별분야에서도 선진
업체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미래다.

우리 건설산업이 선진건설업체들의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해선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정부와 민간이 모두 건설투자를 늘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

지난 97년 건설업계의 기술개발투자 실적은 6천9백17억원으로 매년 꾸준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술연구소를 설치한 업체도 90년의 17개 업체에서 98년 58개 업체로
급증하는 등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97년 기술개발 투자실적 6천9백17억원은 총매출액 89조2천8백50억원
의 0.77%에 불과한 것으로 일본 미국 등의 4~5%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경영혁신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업체간 인수 합병 및 전략적 제휴를 활발히 추진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비책도 강구해야 한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8일자 ).